현대차그룹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던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7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사실상 승자가 되면서 현대가(家)의 적통성 회복과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커다란 새해 선물을 받게 됐다.

작년 9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졌을 때 내세웠던 가장 큰 명분 중 하나는 현대가의 장자(長子)로서 그룹 적통성을 되찾겠다는 것이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창업한 현대그룹은 지난 2000년 경영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이른바 '왕자의 난'을 계기로 그룹 전체가 와해됐다. 모기업이던 현대건설도 자금난을 겪으면서 채권단 공동 관리에 들어갔다.

반면 당시 현대그룹에서 독립했던 정몽구 회장은 뛰어난 경영능력을 발휘하며 현대차그룹을 재계 2위이자, 세계적인 자동차메이커 반열에 올려놓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모기업인 현대건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점은 장자로서 적통성을 인정받는 데 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 성공으로 10년째 지속됐던 현대가의 적통성 논란도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명분도 얻었지만 재계 위상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실리도 챙기게 됐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자산총액 9조8000억원)을 인수하면 자산총액이 110조원을 넘어선다. 이에 따라 재계 순위 3~4위인 SK(87조원), LG(78조원)와 격차를 벌리며 2위 자리를 확고히 하게 될 전망이다.

현대건설은 앞으로 자동차·철강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삼각편대'를 이루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건설을 '고부가가치 종합 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0년까지 10조원을 투자해 수주 120조원, 매출 55조원의 글로벌 건설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건설 부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통분야에서 친환경차 개발, 건설분야에서 전기차 인프라 구축과 원전(原電) 건설 능력을 확보해 이른바 '친환경 가치 사슬(Eco Value Chain)'을 완성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따른 조직 재정비 차원에서 이달 중 부사장급 이상 일부 임원의 인사도 검토 중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고유의 조직문화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이어서 일단 현대건설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우선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