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현대차 등 주요 그룹이 신년 벽두부터 잇따라 사상 최대 규모 투자계획을 밝히고 있다.

삼성그룹은 5일 "올해 사상 최대인 43조1000억원을 시설과 연구개발(R&D) 등에 투자하고, 2만5000명을 신규 채용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신년인사 자리에서 기자들을 만나 "올해 (사상 최대인) 12조원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LG그룹이 그룹 창립 이래 최대인 연간 21조원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힌 바 있다.

5일 삼성그룹이 사상 최대 규모인 43조원의 투자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이날 삼성전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전자전시회‘CES 2011’에 출품할 세계 최대 크기의 75인치 스마트TV를 공개했다.

올해 기업들을 둘러싼 경제 환경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과 EU,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원자재 값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기업들이 이런 상황에서도 대규모 투자에 나서는 것은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삼성은 이날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주력사업의 세계시장 지배력을 강화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올해 총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

사상 최대 규모 투자 및 채용에 나선 삼성

삼성의 올해 투자 계획은 지난해 투자(36조5000억원)보다 18%가 늘어난 것이다. 투자 금액의 규모는 올해 국가예산 309조1000억원의 14%에 해당한다. 분야별로는 시설투자에 29조9000억원, R&D(연구개발)투자에 12조1000억원, 자본투자 1조1000억원 등이다. 시설 투자액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주력 업종의 설비 신·증설에 상당 부분 투입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반도체 10조3000억원 ▷LCD 5조4000억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5조4000억원 ▷LED 7000억원 ▷TV 8000억원이 책정됐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마트폰 등 미래형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OLED 시설 투자액은 지난해 1조4000억원에서 4조원이나 늘었다.

3D(입체영상) TV와 스마트폰 등 신제품을 앞세워 글로벌 IT시장 공략에 나선 LG전자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CES 2011’에 선보일 스마트TV를 5일 공개했다. LG그룹은 올해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2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43조원의 투자가 전부 국내에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의 시스템 반도체 라인 건설과 중국 쑤저우의 7.5세대 LCD 생산라인 건설을 앞두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해외 투자도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자본투자에도 삼성전자의 해외법인 증자액과 삼성물산의 해외 자원 확보를 위한 지분 투자용 금액 등이 포함돼 있다. 삼성 관계자는 "개별적인 해외 투자 액수는 기업 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밝힐 수 없다"며 "전체 투자 액수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12조1000억원이 책정된 R&D 분야 투자는 태양광, 바이오헬스,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등 삼성의 미래사업과 스마트IT 기기의 연구개발에 주로 투자된다. 이와 함께 삼성은 올해 대졸 신입사원 9000명과 경력직 5000명, 기능직 1만1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차세대 사업 확보에 집중되는 투자

주요 그룹들이 계획하는 투자는 기존 사업을 유지·확대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및 친환경산업 등 '차세대 사업'에 집중돼 있다. 특히 올해가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첫해라는 점에서 기업마다 '미래'를 대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LG그룹의 경우, LG전자가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태양전지 분야 3개 생산라인을 추가 구축하는 등 차세대 사업 분야에 집중적인 설비 투자가 이뤄진다. LG는 올해 R&D 분야에만 4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LG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 스피드 있는 적기 투자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도 투자의 중심을 고연비·친환경차 개발과 안전기술 강화로 옮기고 있다. 올해 투자 규모도 지난해(10조5000억원)보다 14.2% 늘렸다. SK그룹은 아직 투자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역시 신기술 R&D 투자와 해외사업에 집중하면서 지난해보다 10% 이상 투자 액수를 늘려 잡을 전망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이날 대한상의 신년인사회에서 투자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난해보다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SK 그룹은 역대 가장 많았던 8조원을 투자했다.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도 풍력발전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경쟁적으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히는 등 차세대 사업 분야를 선점하기 위한 투자에 집중한다. 두 회사 모두 올해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높여 잡았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상무)은 "기업들이 투자하는 분야를 보면 기존 사업 부분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있지만 상당 부분이 '미래 먹을거리'와 연결된 분야"라며 "헬스케어 등 미래지향적인 부분에 투자가 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우리 기업의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