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새해 첫날부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시작했다. 2011년의 첫 거래일인 3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9.08포인트(0.93%) 오른 2070.08에 마감, 지난 2007년 10월 31일 기록한 2064.85를 깨고 종가기준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 공평했던(?) 유동성 장세
금융위기 이후 2년여간 주식시장을 밀어올린 건 막대한 유동성의 힘이었다. 미국의 제로수준 금리를 비롯, 추가양적완화와 감세정책까지, 경기회복을 위해 각국은 그동안 막대한 자금을 풀었고 이 자금이 금융시장에 유입됐다.
이같은 유동성 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란 전망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저금리 기조는 당분간 유효하고 이로 인한 외국인 매수 역시 꾸준할 것이다.
오태동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물가가 급등하거나 고용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한 미 중앙은행은 계속 돈을 푸는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외국인 매수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동안 주식과 채권에 고루 분산됐던 유동성은 앞으로 주식시장에 좀 더 많은 비중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주가도 그렇지만 채권 수익률도 이미 사상최저치 수준(가격은 최고)까지 떨어져 있어 매력도 면에서 볼 때 주식이 훨씬 높다는 진단에서다.
대우증권은 지난 12월 국내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을 10.1배 수준으로 진단했는데 이를 채권시장의 기대수익률과 비교하면 6.6%포인트 가량 우위에 있다고 평가했다.
◆ 황소장 받쳐주는 실적과 경기
주식시장의 기본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나타내주는 지표가 바로 기업실적과 경기(매크로)다. 지금의 주가가 설명하는 기업들의 실적과 경기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직도 싸다"라는 대답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재평가(리레이팅, Re-rating)'라는 말로 설명한다. 국내증시가 과거 저평가 국면에 머물러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하다가 금융위기 이후 그 진가를 인정받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예상하는 지난해 500대 상장기업의 순이익 규모는 90조원대다. 이는 2009년에 비해 무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2009년말의 코스피 지수는 1600대였다. 그 때와 비교하면 주가 역시 23% 올랐지만 이익증가 규모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경기는 국내보다 해외가 관건이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인 바 있다. 주식시장에서 관심있어 하는 국가는 미국과 중국.
미국은 이제 막 소비경기 회복에 불을 지폈다. 최근에는 기대인플레이션 상승과 맞물려 기대감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반해 중국은 성장보다 긴축이 핵심이다. 그러나 내수시장의 성장세는 여전히 진행중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소비경기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역시 통화긴축은 유지하겠지만 경기는 재확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 판단했다.
◆ 장밋빛 전망에 숨은 위험요소
시장 참여자들은 그래도 혹시나 있을 악재에 무엇이 있는 지 가늠하느라 분주하다. 증시 여건이 아무리 우호적이라 하더라도 예기치 못한 한 방에 시장이 무너지는 경우를 수 차례 봐왔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한국은행이 이에 참고할만한 자료를 내놓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31일 `2011년 세계 경제의 주요 리스크평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금융시장의 위험요인 다섯 가지를 꼽았다.
여기에는 ▲중국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착륙 가능성 ▲미국 장기금리 상승 ▲환율분쟁 재연가능성 ▲원자재 가격 급등 ▲유럽 재정위기 지속 및 전염 가능성 등이 포함됐다.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치지 못하는 이슈들이지만 그만큼 내성도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한 번쯤 지나쳤던 것이기도 해 시장이 보기에는 전혀 새롭지 않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시장이 정상화 되기 전이고 유례없는 비상조치들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에 비춰볼 때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