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증시가 끝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간간이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지만, 유가증권시장이 2000선을 돌파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둔 한해였습니다. 증권사들이 잇달아 내놓는 내년 전망도 장밋빛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에 몸서리쳤던 지난해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행복한 모습입니다.
올 주식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국민연금의 역할 증대입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말 13.1%에 머물렀던 국내 주식비중을 15.9%(2010년 11월 말 기준)까지 끌어올렸습니다. 12월이 지나면 비중은 더 늘어날 예정입니다. 내년엔 18%까지 국내 주식 비중을 늘릴 계획입니다.
우리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묵직합니다. 국민연금은 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에서 최대주주를 꿰차고 있습니다. 2대 주주인 기업도 여러 곳입니다.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만 모두 140여곳에 이릅니다. 물론 전략적 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가 아닌 재무적 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라는 입장엔 변함이 없지만, 주식 점유율 자체만으로도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충분합니다.
동전의 양면일까요. 최근 주식투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국민연금에도 말 못할 고민이 생겼습니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회사의 주식을 산 개인 투자자들이 국민연금에 항의전화를 거는 횟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A씨는 최근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를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에 전화를 걸어 "국민연금이 주식을 파는 바람에 주가가 떨어졌다"고 항의했습니다. "제발 살려달라"는 읍소도 곁들였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A씨가 투자한 회사는 국민연금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린 상장사였습니다.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자 A씨는 국민연금이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 것이라 생각해 국민연금에 항의 전화를 건 것입니다.
사실 A씨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심지어 어떤 투자자의 경우 '국민연금 때문에 주식투자로 손해를 입었다'는 내용의 민원을 청와대에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국민연금이 주식을 더 사서 주가를 올려달라"고 매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미 매각한 주식을 다시 사라고 요구하는 전화도 심심찮게 걸려옵니다.
국민연금은 난감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사의 지분 중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를 한 경우보다는 운용사 등에 자금을 내 펀드를 만들어 간접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펀드 투자자인 국민연금 입장에선 하루에도 몇번씩 벌어지는 운용사의 투자 결정에 대해 일일이 관여하기 어렵습니다.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할뿐더러 운용사의 전문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결국 국민연금에만 의존해 투자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하는 셈입니다. 일부 투자자의 경우 국민연금이 샀다는 뉴스 자체를 호재로 인식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애꿎은 국민연금을 탓하지 않기 위해선 국민연금이 주식을 왜 샀는지를 꼼꼼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입력 2010.12.29. 06:18 | 업데이트 2021.04.13.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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