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金)값과 구릿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관련 원자재 투자가 커다란 주목을 받았다. 과연 금 투자가 최고였을까?

사실 오른 원자재는 따로 있다. 금이나 구리가 아니라 오히려 면화에 투자했어야 했다. 면화값의 연초 대비 상승률은 금값 상승률의 거의 4배에 달했다. 같은 귀금속이라도 은(銀)값 상승률이 금값 상승률보다 크게 높았다.

경기 회복이 원자재값 상승세 견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원자재는 면화다(23일 기준). 뉴욕 선물거래소(ICE)에서 거래되는 면화 가격은 올 들어 95.9% 올랐다. 국제 면화값 급등은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중국과 인도에서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의류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진다. 지난 20일자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 의류 브랜드 (GAP)과 JC페니의 의류 제조비용이 적어도 20%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경기 회복으로 자동차 수요가 늘어나면서 팔라듐과 고무 가격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희소 금속으로서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팔라듐은 올 들어 가격이 85.5% 올랐다. 팔라듐은 백금 등에서 합금 형태로 추출되는 물질로 특히 자동차 배기가스 정화장치를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고무값도 올해 초보다 56.3% 올랐다. 천연고무의 주요 산지인 동남아시아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고무 수액 채취에 차질이 빚어진 한편 고무를 원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타이어 수요는 더욱 늘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의 금'으로 불리는 은 가격은 올 들어 74.2%나 올랐다. 태양광 발전 등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사용되면서 수요가 크게 는 데다 헤지펀드 등 투기자금이 은값 상승에 베팅했다는 견해도 나온다.

구리 가격 상승률은 26.1%, 금값 상승률은 25.9% 정도였다.

농산물 가격도 작황 우려로 크게 올랐다. 커피값이 올 들어 73.5% 올랐고 옥수수(48.1%), 밀(44.6%), 콩(29.8%), 설탕(26.1%) 가격도 연초 대비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원자재 투자, 주식보다 나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률은 주가 상승률을 훨씬 넘어섰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미국 S&P500지수는 올해 초보다 12.7% 올랐고, 한국 코스피 지수는 연초 대비 19.2%(27일 기준) 올랐다.

펀드 수익률도 원자재 펀드가 좋았다. 증권 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지난 23일 기준) 원자재 펀드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19.31%였고, 원자재 관련 기업에만 투입하는 원자재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1.59%를 기록했다.

원자재지수, 파생상품 등에 종합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보다 증시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이 더 높았던 것은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원자재 관련 기업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럼 내년에는 어떨까?

원자재 가격 자체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대신증권의 채현기 연구원은 "미국 경기가 내년에도 확장 국면을 유지하고 중국의 자동차 판매량은 내년에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경기 회복 기대감에 원자재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원자재 관련 펀드가 내년에도 좋지 않을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동양종금증권 이석진 애널리스트는 "상품 가격이 일정 수준 이하로 오를 때는 경기가 좋다는 판단하에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의 주가가 오른다"며 "문제는 그 이상 가격이 오를 경우"라고 말했다. 상품 가격이 지나치게 오르면 소비자 가격에 이를 전가하는 데 한계가 찾아온다. 가격 상승폭이 가파르면 매출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관련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에 오히려 압박이 되고,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고 이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