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복합 쇼핑몰 시장이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한때 주류를 이뤘던 지상 10층 안팎의 고층 쇼핑몰이 고전하는 반면 5층 이하 저층형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이나 영등포구 타임스퀘어가 대표적인 저층형 쇼핑몰. 실제로 타임스퀘어(지상 5층)는 개장 1년 만에 방문객 100만명, 매출 1조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쇼핑몰의 성공 모델로 떠올랐다.

이들 저층 쇼핑몰은 동대문식 고층 쇼핑몰과 달리 낮은 층에 쇼핑뿐만 아니라 여가·문화시설 등이 복합적으로 들어서는 게 특징이다. 또 개별 입점 업체가 아닌 시행사나 마케팅 전문업체가 백화점처럼 쇼핑몰 전체를 관리하며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의 모습. 1~4층에 주요 상점이 집중돼 있고,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진행되는 1층 광장에 사람들이 몰려 있다.

쇼핑몰, '낮게, 넓게' 짓는다

지난 21일 오후 경기 일산 장항동에 있는 복합쇼핑몰 '웨스턴돔'. 지상 1층에 들어서자 가운데가 광장처럼 사방이 탁 트여 있어 시원스러운 느낌을 줬다. 10~20대 남녀들이 이곳에서 사진을 찍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난 2007년 문을 연 웨스턴돔은 지상 10층짜리 건물이지만 상가는 저층인 1~4층에만 500여개를 집중 배치했다. 나머지 층에는 사무실이 입주해 있다. 일산 호수공원 근처의 '라페스타'와 함께 일산의 대표적 저층 쇼핑몰인 웨스턴돔은 지역 명소가 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하권찬 앤덤디벨롭먼트 대표는 "가운데가 뻥 뚫려 있고 저층으로 넓게 퍼진 쇼핑몰은 쇼핑몰의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이렇게 하면 소비자들이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놀고 산책하면서 쇼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층 쇼핑몰은 넓은 대지에 낮게 짓다 보니 내부공간이 넓어 다양한 여가·문화시설 등을 넣을 수 있다. 하 대표는 "광장처럼 트인 공간은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어울리며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가족이 함께 놀러 오기 좋다"고 말했다.

고층 쇼핑몰은 원하는 물건을 찾아 계속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수평형은 1~2층에 주로 머무르기 때문에 피로도가 덜하다.

백화점식 운영으로 입점률 높아

타임스퀘어나 웨스턴돔 등 저층 수평형 쇼핑몰은 대부분 점포 임대나 분양을 거의 100% 완료한 상태에서 문을 열었다. 지금도 빈 매장이 거의 없다.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은 "입점률이 높아지면 콘텐츠가 다양해진다"며 "여러 가지를 즐길 수 있어 고객 체류시간이 길어지면서 쇼핑몰도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여기다 저층 쇼핑몰은 시행사나 전문 운영업체가 소유권을 갖고 임대를 준 뒤 상가 활성화를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일산 웨스턴돔은 시행사가 무료 공연 등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최근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물건을 사라'고 압박하기보다 이벤트를 만들고 놀기좋은 공간을 구성해 '일단 와보라'는 콘셉트로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층 쇼핑몰이라고 무조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 송파구의 대형 저층 쇼핑몰인 '가든파이브'는 2조원 가까운 투자비가 들어갔지만 상권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선종필 대표는 "저층 쇼핑몰은 개발비가 많이 들어 임대수익을 제때에 얻지 못하면 망하기도 쉽다"면서 "사전에 고객 흡수 범위와 수요 조사를 철저하게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복합 쇼핑몰

패션·문화·오락 등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상가. 백화점, 대형마트, 극장, 서점, 음식점 등이 한 건물에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삼성동 코엑스몰, 반포동 센트럴시티, 영등포 타임스퀘어가 대표적인 복합 쇼핑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