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책임회사를 편입하는 펀드이긴 하지만 그냥 재무적으로 튼튼한 회사를 넣어요. 다른 데도 아마 마찬가지일 겁니다."(A 펀드운용사 상품개발팀장)

한때 우후죽순처럼 쏟아졌던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le Investment) 펀드의 수익률이 영 부진하다.

사회책임투자 펀드란 인권, 환경, 노동, 사회, 지배구조 등 여러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선별투자하기 위한 펀드다. 그러나 실제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에 집중투자하는 펀드는 거의 없었다. 특색이 없다 보니 펀드 수익률도 부진하다.

장기수익률 제각각

SRI 펀드는 지난 2006년 장하성 고려대 교수가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맞춘 일명 '장하성펀드'를 출시하면서 주목을 받았었다. 장하성펀드 출시 이후 다른 운용사들에서도 SRI 펀드를 잇달아 출시했다.

이런 펀드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장기적으로 봐서는 좋은 실적을 거둔다는 '명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펀드 설정 후 3~4년이 지난 지금은 특별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SRI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을 분석해본 결과 절반가량이 국내주식형 펀드의 최근 3년 수익률인 15.78%를 웃돌고 절반가량은 밑돌았다.

SRI 기업. 우량기업 범위 벗어나지 않아

SRI 펀드들의 수익률은 제각각이지만, 대부분 '보통 우량주'에 속한 종목에 투자한 펀드들이 이른바 '사회적 책임기업'으로 알려진 종목에 많이 투자한 펀드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점이 아이러니다.

국내 주요 10개 SRI 펀드의 투자 종목 상위 5개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현대모비스, LG화학으로 일반 성장형 펀드의 포트폴리오(자산배분)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나머지 편입 종목도 한일시멘트, 호텔신라, STX엔진, 대림산업, 우리금융, 동아제약, OCI, 한전기술, KT, SK에너지로 우량 기업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SRI 펀드를 운용하는 A 운용사의 상품개발팀장 또한 모호한 SRI 펀드의 개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담배와 주류 관련 회사를 제외하고는 재무적으로 튼튼한 회사를 우선 편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SRI 펀드 한국에서는 시기상조

SRI 펀드가 우리나라에서 정착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많다.

제로인 신건국 과장은 "해외의 경우 펀드 역사도 오래됐고 사회책임 여부, 환경, 노동, 지배구조, 주주중심 경영 등이 투자할 때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 잡혀 있다"며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매니저가 운용 시 SRI에 국한된 고유의 판단이 강하게 자리 잡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트레이드증권 민상일 팀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도 커진 가운데 앞으로 해외 투자가들이 국내에 투자할 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ISO26000)이 발표됨에 따라 국제무역을 할 때도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가 무역장벽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SRI 펀드의 미래를 좋게 본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