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정치인들 말만 듣고 우리 말은 안 듣나요. '통큰치킨'을 살려주세요."

13일 롯데마트가 5000원짜리 '통큰치킨'의 판매 중단을 선언했음에도 14일 롯데마트 매장 앞에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부터 긴 '치킨 대기 줄'이 늘어섰습니다. 15일까지는 판매한다는 걸 알고 있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았던 것이죠.

'통큰치킨'을 받아든 소비자들은 한결같이 "왜 싼값에 치킨을 못 먹게 하느냐", "치킨집 주인만 서민이고 우리는 서민 아니냐, 싼 치킨 못 팔게 한 정치인은 낙선시켜야 한다", "우리는 싼값에 좋은 것 먹을 권리도 없느냐"라며 푸념했습니다. 어떤 고객은 "언제부터 롯데마트가 정부 얘기 듣고 가격 정했나? 계속 안 팔면 롯데가 나쁜 거다"라고 꾸짖기도 했답니다.

'5000원 치킨'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소비자들이 "우리 권리를 앗아갔다"고 곳곳에서 반발하면서 롯데마트는 '영세 치킨점을 다 죽이는 나쁜 대기업'에서 '도와줘야 할 약자'로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의 토론방에는 '통큰치킨' 판매 중지 철회 서명운동이 벌어져 수천 명이 서명했고, 네이버에만 14일 오후 4시 현재 '통큰치킨' 관련 카페가 9개나 생겼습니다. '통큰치킨이 먹고 싶어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의 모임' 등 카페에서는 "'통큰치킨'을 살려내라", "프랜차이즈 치킨 원가 공개하라"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전날 기세등등했던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들은 곤혹스러운 표정입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치킨 가격 담합 여부 조사를 시작한 데다 소비자들의 가격 인하 요구에 이어 불매운동까지 벌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트위터에 '튀김 닭의 원가는 6200원'이라고 썼던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들을 을사오적에 빗대 '계사오적'이라고 부르는 패러디도 인터넷에 돌고 있습니다.

'5000원 치킨'을 둘러싼 공수(攻守)가 하루 만에 180도로 뒤바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