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광화문에서 역사박물관 쪽으로 가다 보면 흥국생명 건물 앞에 망치질하는 사람 모양의 거대한 조형물이 있습니다. 또 청계천변에는 커다란 소라모양의 조형물이 설치돼 있는데요. 이러한 조형물들은 왜 설치된 건가요.
A. 흥국생명 건물 앞에서 1분 17초마다 1번씩 하루에 17시간 동안 망치질을 하는 거대한 조형물의 이름은 '해머링 맨(hammering man)'입니다. 흥국생명이 지난 2002년 미술가 겸 조각가 조너선 브롭스키(Jonathan borofsky)에 의뢰해 세운 조형물로 노동자들의 숭고한 노동정신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청계천이 시작하는 지점에 설치된 소라모양의 탑 '스프링(spring)'은 세계적인 작가 클레스 올덴버그와 코샤 반 부르군의 공동작품입니다. 한복에서 영감을 얻은 푸른색과 붉은색을 소라모양으로 표현, 인간과 자연의 결합을 상징합니다. KT가 의뢰해 지난 2006년 설치했습니다.
이 외에도 서울시내 곳곳에서는 이러한 조형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분수대나 조각들, 빌딩 근처에 설치된 다양한 예술작품들이 좋은 예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조형물들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같은 역할을 하지만 약간의 다른 차이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로 설치된 조형물인가. 아니면 환경조형물인가가 그것입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진흥법에서는 연면적이 1만㎡가 넘는 건물을 지을 경우에는 전체 건축비의 0.7%에 해당하는 비용만큼을 문화 예술 조형물을 설치하거나 사들여 전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치되는 예술품들은 '건축물 미술장식'이라고 부릅니다.
민간의 별도 재원으로 설치된 조형물은 환경조형물이라고 부릅니다. 건물을 짓는 시공사가 시공비의 일부를 지불해서 설치한 것이 아니라 흥국생명이나 KT가 별도의 재원을 통해 설치했기 때문에 해머링 맨과 스프링도 환경조형물입니다.
건축물 미술장식 제도는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전국으로 확대됐습니다. 이를 통해 삭막한 아파트 숲에서 작은 분수나 조형물들을 통해 잠시나마 문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공사들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건축물 미술장식의 경우에는 눈가림식 작품 선택이 많고 지자체와 건축주 사이의 중개수수료 관행으로 질이 떨어지는 작품을 설치한다는 비난이 많습니다.
이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작품 설치 비용을 건축주로부터 기금으로 납부받아 직접 작품을 선정하는 것은 물론 지자체 별로 제각각인 현재 설치 조례안 통일해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하겠다는 개정법안을 상정 중입니다.
건설업계도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조형물 설치에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여러 단계의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공사 효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카고의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나 영국의 '북쪽의 천사(angel of the north)'와 같이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조형물을 민간재원에 의존하지 않고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보다 나은 방향을 위해 건축계와 예술계가 머리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