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크 대 펩시. 세계 음료시장에서 자웅을 겨루는 코카콜라(코크)와 펩시콜라의 승부만큼 시장 조사 전문가를 헷갈리게 하는 것도 드물다. 왜냐하면 피시험자가 예비지식이나 선입견 없이 치르는 검사인 블라인드 테스트(blind test)에서는 펩시가 코크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시장에서 점유율은 열세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펩시 역설(Pepsi paradox)을 설명하기 위해 미국 신경과학자 리드 몬태규는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장치로 두 콜라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뇌 반응을 조사했다.

먼저 두 음료의 상표를 알려주지 않고 실시한 실험에서 피시험자들의 만족감과 관련된 뇌 영역이 거의 비슷한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두 음료의 상표를 알려준 실험에서는 피시험자들의 75%가 코크의 맛이 더 좋다고 말했으며 평가와 관련된 뇌 영역이 펩시보다 코크에 대해 훨씬 더 활성화되었다. 2004년 격주간 '뉴런(Neuron)' 10월 14일자에 실린 보고서에서 장기간에 걸친 코카콜라의 광고가 소비자의 기호와 관련된 뇌 부위에 영향을 미치는 데 주효한 결과라고 결론을 내렸다.

뇌 영상 기술을 사용하여 소비자의 구매 동기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구조와 기능을 연구하는 분야를 신경마케팅(neuromarketing)이라 한다. 시장 조사와 신경과학이 융합한 신경마케팅은 종래의 방식, 곧 표준 질문서로 잠재고객을 면접하는 기법의 한계를 뛰어넘기 때문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소비자가 구매할 때 의사 결정 과정은 어렴풋이 의식하고 있는 상태, 곧 잠재의식 수준에서 발생한다. 따라서 면접조사의 경우 소비자들은 특정 상품을 선택한 이유를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제대로 답변할 수 없어 객관적이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신경마케팅은 뇌 안에 숨겨진 소비자의 구매 동기나 상품 선호도를 직접 알아낼 수 있다.

신경마케팅 연구로 소비자가 구매 결정을 할 때 합리적 판단보다는 정서적 반응과 관련된 뇌 영역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품 광고의 경우 일단 긍정적 느낌을 갖게 되면 합리적 선택은 어려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특정 상품에 마음이 끌리고 나면 더 우수한 경쟁 상품이 나오더라도 거들떠보지 않게 된다는 뜻이다. 코카콜라처럼 휴대전화·커피·브래지어·생리대·자동차·아파트의 텔레비전 광고가 소비자에게 좋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려고 갖은 노력을 할 만도 하다.

신경마케팅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 장치에 의존했으나 비용이 많이 들고 사용하는 데 제약이 많은 단점이 있었다. 가령 뇌 영상을 찍을 때 머리를 조금만 움직여도 자료가 망가지기 쉬웠다. 대안으로 뇌전도(EEG)가 채택되면서부터 신경마케팅을 활용하는 기업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뇌전도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해 대뇌의 전기적 활동, 곧 뇌파를 기록하는 장치이다. 뇌전도는 기술적으로 사용하기 쉽고 비용도 적게 들어 소규모 기업에서도 시장 조사에 채택하는 추세이다.

신경마케팅은 유권자의 선택에 모든 것을 거는 정치적 상품인 선거 입후보자의 홍보에도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는 '네이처 신경과학 개관(Nature Reviews Neuroscience)' 4월호에 실린 논문에서 그 가능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