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연고점인 1970선에 근접하며 주식시장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시장도 때아닌 강세를 보이며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수준(가격 상승)을 경신하고 있다.
6일 오전장에 국고채 3년물 10-2의 채권수익률은 사상 최저 수준인 3.05%를 밑돌며 3.03%에 거래됐다. 이 날 신규발행된 국고채 3년 신규물 10-6도 4000억원 모집에 총 1조7200억원이 몰리며 1999년 이후 10년여 만에 최고의 응찰률을 기록하며 사상 최저수준인 3.04%에 낙찰됐다.
오늘도 국고채 3년의 채권수익률 하락은 이어져 전날의 낙찰금리보다 0.15%포인트나 낮은 2.89%에 최종 호가됐다. 국고채 금리가 2%대에 들어간 것은 사상 처음이다.
◆ 물량 부족해 수요 몰려..장내 스퀴즈 매매로 더 올라
채권 금리가 급락하며 가격이 급등하는 주요한 원인은 국내경기 상황이 나빠서도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서도 아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점점 심각해져 극단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서도 더더욱 아니다. 최근의 채권 수익률 급락현상은 수급적인 측면이 크다는 게 채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우선 전날까지 국고채 3년 지표물이었던 10-2의 경우 발행물량이 6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 중 절반가량을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은 매매 성향상 단기에 매매하지 않는다. 자금의 성격이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할 것을 기대하며 들어온 환차익성 자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화 환율이 급락해 환율에서 얻는 기대수익이 급격하게 줄어들지 않는 한 한국 채권시장을 떠나지 않는다.
나머지 3조원 넘는 물량 중에서도 1조원 정도는 대차(빌려주는) 물량일 것으로 채권 운용역들은 보고 있다. 장기간 보유해서 현재 채권이 필요하지 않은 보험사 등의 기관들이 다른 금융기관에 채권을 빌려주고 대신 수수료를 받는 상황이다. 따라서 실제 거래되는 물량은 2조원에 불과하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채권운용역은 "지난 6일의 10-2 총 거래량은 1조9040억원이고 그 이전 거래일인 3일의 거래량은 2조200억원으로 평균 2조원 정도가 거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수급 불균형 상태 속에서 장내 채권시장에서 매도호가를 모두 사버리는 '스퀴즈(Squeeze)' 매매가 일어나자 장외에서 채권 가격은 더 올랐다. 정부는 채권의 장내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국고채전문딜러(PD)에게 장내시장에서 국채 호가를 의무적으로 내도록 했는데 장내에서 매도호가를 누군가가 다 사버리면 매도호가를 냈던 국고채전문딜러는 장외에서 이보다 더 비싸게라도 채권을 사와야 한다. 따라서 장내에서 스퀴즈 매매가 일어나면 장외에서 채권가격이 덩달아 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스퀴즈 매매 때문에 지난 2일과 3일에 국고채 3년물 가격은 다른 만기의 국고채들이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올랐다.
◆ 국고채 신규물 발행도 부진..단기 버블로 곧 금리 오를 것
국고채 3년물 가격 급등 현상은 전날에 발행된 국고채 3년물 신규물 10-6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최저 수준 금리로 낙찰된 것은 물론 오늘 거래에서 2.89%까지 수익률이 하락했다. 상당수 채권 운용역들은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국고채전문딜러 등 일정한 수요는 있어 수급에 의해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국내 증권사에서 국고채전문딜러를 하고 있는 한 채권운용역은 "신규물이 4000억원 수준인데 딜러가 20개사"라며 "장내에서 채권 호가를 내려면 적어도 100억원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2000억원은 딜러들이 갖고 있는 물량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유통 물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또다시 장내에서 스퀴즈 매매가 일어나면 추가로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역은 "국고채 3년금리가 3개월물 양도성예금(CD)금리 수준인 2.80%까지 내려갈 것 같다"며 "지금의 채권시장은 수급 상황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고 있어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고 말했다.
상당수 증권사 채권연구원들은 이 같은 채권 물량 부족 현상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오히려 내년에 발행물량이 다시 늘어나며 채권가격이 급락(금리 급등)하는 현상을 우려하고 있다.
정임보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통 한해 채권 발행량이 70조~80조원 정도가 되는데 이 중 국고채 3년물은 매달 1~2조원 정도가 발행될 것이 예상된다"며 "다음 달부터 이런 물량이 쏟아진다면 채권 가격이 오히려 급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가 이제까지 재정집행을 상반기에 집중했던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내년에도 국채 발행을 상반기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 채권 가격 급락은 멀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유럽재정위기 우려가 완화되고 전세계 경기 여건이 회복되며 전세계적으로 중장기 채권금리가 오르는 것도 채권 금리가 위 방향이란 것을 설명해주고 있다. 하지만 최근 채권시장의 현상은 소위 '폭탄 돌리기'성으로 누군가가 더 높은 가격에 사주겠지 하는 기대가 있어 버블이 지속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의 낮은 금리(높은 가격)에 사려고 하는 투자자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지만 버블이 형성돼가는 과정에서는 소위 상식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며 "곧 버블이 꺼질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채권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이 종목(국고채 3년 지표물)을 잘 선택했고 전세계적으로 단기 채권 가격이 오르는 때를 잘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행이 이달에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매파적인 코멘트를 할 수 있다"며 "금리 방향은 분명히 위쪽이고 금리 인상 시점에서 국고채 3년물이 가장 빠르게 올랐던 과거 사례를 볼 때 지금의 상황은 불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