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단돈 1원만 받겠습니다."

최근 아파트 관리회사들이 아파트 관리권을 따내기 위한 입찰 과정에서 제시하는 위탁관리 수수료의 출혈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 의왕에 있는 A아파트(1074가구, 연면적 11만㎡)의 위탁관리업체 선정 입찰에서는 위탁관리 수수료로 ㎡당 월 0.1원을 제시한 업체가 탈락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총 6개 업체가 참여한 입찰에서 최고액은 ㎡당 1원이었고, 4개 업체도 0.1~0.88원이란 낮은 금액을 써냈습니다. 그런데 나머지 1개사가 '1년에 1원'을 제시했던 겁니다. 당시 입찰에서 탈락한 모 업체 대표는 "상상을 뛰어넘는 저가(低價)였다"며 혀를 내둘렀습니다.

위탁관리 수수료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직접 아파트를 관리할 수 없어 전문 관리회사에 맡길 경우 지급하는 수수료를 말합니다. 관리사무소 소장과 직원의 급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지급하고 있어 수수료는 관리회사 본사의 운영비와 이익금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저가 낙찰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입니다. 대구 동구의 한 아파트는 '3년간 총액 1원'을 제시한 업체가 뽑혔고 대구의 또 다른 아파트는 3개사가 동시에 '2년간 1원'을 제시해 추첨으로 업체가 결정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0원' 입찰을 무효로 규제했기 망정이지 이마저도 없었다면 '0원' 입찰도 속출할 지경"이라고 한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리한 저가 낙찰이 확산되는 이유는 뭘까요. 정부가 지난 7월 위탁관리회사를 뽑을 때 무조건 수수료를 가장 싸게 제시하는 이른바 '최저가 낙찰자'를 선정하도록 규정한 탓입니다. 국내 관리회사는 현재 600개를 넘어 시장이 포화 상태라고 합니다. 이 때문에 수수료가 계속 떨어져 10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최저가 낙찰제마저 시행되자 업체들이 살아남기 위해 출혈 경쟁에 나서고 있다는 겁니다.

문제는 저가 낙찰로 선정된 관리회사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일부에서는 과거처럼 경비나 청소업체 등을 선정할 때 뒷돈을 받거나 관리소장 임명 때 리베이트를 받지 않고는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아파트 유지·보수나 안전관리 같은 기본적인 관리업무마저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부는 "수수료가 낮아지면 입주자에겐 이득이 아니냐"고 말하지만 부실 서비스는 입주자에게 '약(藥)'이 아닌 '독(毒)'이 될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