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외환은행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 현대차그룹이 전방위 반격에 나서고 있다.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자금 마련에 백기사로 나선 동양종금증권에게 출입금지 조치를 내리는 한편, 한국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단과 협의없이 일방적으로 MOU를 체결한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예금을 대거 인출하는 등 일종의 패널티(불이익) 조치를 내렸다.

1일 금융권과 투자은행(IB) 관계자들에 따르면 동양종금증권 IB본부와 법인영업본부는 최근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출입불가 조치가 내려졌다. 채권, 유상증자, 기업공개(IPO) 등 앞으로 일체의 거래를 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방침이 전달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2분기 기준 약 44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SK그룹과 삼성그룹에 이어 재계 3위 수준의 회사채 규모를 자랑한다. 동양종금증권은 채권 발행시장에서 강점이 두드러진 증권사인 만큼 현대자동차그룹과의 관계가 끊길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 동양종금증권은 이번 사태가 벌어진 이후 현대중공업그룹의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과도 주식약정 거래가 끊겼다.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들은 주식을 사고팔 때 증권사와 주문약정 계약을 체결한다. 증권사는 운용사의 주문을 받아 주식을 대신 매매해주고 운용사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그러나 동양종금증권은 현대그룹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인수전과 연계된 현대상선 4000억원 유상증자도 따냈다. 당장 현대건설의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공모 규모는 5000억원, 시기는 내년 말로 예상된다. 또 현대건설 인수로 인해 재무부담이 늘어난 현대그룹의 회사채 발행도 '따놓은 당상'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예금인출 조치를 취했다. 외환은행이 지난달 30일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현대그룹과의 현대건설 매각 관련 MOU를 강행하자,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외환은행에 예금하고 있던 약 1조8000억원 가량의 자금(외화예금 포함)을 인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현대차그룹과 혈연으로 연결된 KCC와 현대중공업그룹도 최근 재무 담당자들을 통해 외환은행에 거래단절과 관련한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 현대가 그룹의 은행 거래 규모는 약 60조 원 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외환은행의 총 자산은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약 116조 원이지만 평상시 입출금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 유동성은 10조 원 안팎으로 전해진다.

상황이 이렇자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경영진이 현대건설 매각 양해각서(MOU) 체결을 강행한 이유를 공개하라며 경영진을 비난하고 나섰다.

결국 외환은행은 1일 서울 명동 본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달 30일 현대그룹에게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대출계약서 및 부속서류를 7일까지 제출하라는 촉구 공문을 발송했다”며 “현대그룹이 대출계약서를 내지 않으면 현대자동차그룹으로 기회가 넘어갈 수 있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 현대그룹, 현대건설 인수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