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은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입장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입니다. 연금제도 운영차원에서도 통일 이후의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야할 때입니다."
전광우 국민연금(NPS) 이사장은 "취임 1년도 채 안 돼 국민연금 기금 규모를 300조원 이상으로 키웠다"며 "국민연금은 세계 금융에서 거대한 한 축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세계 4대 연기금인 국민연금 이사장에 지난해 12월 취임한 전광우 이사장은 2일이면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전 이사장은 29일, 서울 종로구 국민연금 국제업무센터 집무실에서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ㆍ투자 전문 매체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국민연금과 관련된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용산역세권 개발 등 최근 금융권 이슈에 대한 입장도 내놨다.
전 이사장은 "우리금융의 우선협상자가 선정되면 여러 가지 내부 기준과 절차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며 "용산 역세권 사업 역시 이해 당사자들의 움직임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담에서 많은 금융계 인사들을 만났다. 오는 2일이면 취임 1주년이다. 그동안 감회와 성과를 소개한다면?
"G20 기간에 국민연금이 세계적인 주요 투자자로 성장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한국경제의 세계적인 위상은 13위 경제 대국으로 표현되지만, 국제 금융계에선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국민연금 성장속도는 다른 세계 주요 연ㆍ기금보다 빠르다. 한 달에 2조원 넘게 자산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7월엔 기금 300조원을 돌파했다. 예상보다 빠른 성장 속도다. 9월말 기준으로 22조원의 수익을 냈다. 앞으로 30년간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다. 머지않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연금이 될 것이다.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도 국제 금융계에서 우리를 주목하는 이유다. 크게 보면 국민연금은 두 개의 엔진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하나는 국민의 노후 준비 자금인 기금을 운용하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국민 복지를 위한 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것이다. 올 들어 가입 의무가 없는 전업주부들 가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만큼 국민연금에 대한 믿음이 커진 게 아니냐는 생각이다. 재임 기간에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국민연금을 키우고 가입자 2000만명 시대를 여는 데 집중할 것이다."
―G20에 앞서 열린 B20(Business 20)에서 영국 재무장관이 직접 국민연금을 찾아 투자관련 설명을 하는 등 해외 주요 CEO들로부터 투자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재무장관은 자국의 해외투자 유치 환경과 런던 올림픽을 앞둔 인프라 투자 활성화 등에 대해 설명했고, 앞으로 해외사무소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런던 유치도 희망했다. 대체로 해외 CEO와의 면담은 구체적인 투자제안이 오고 간 자리라기보다는 경제와 금융, 투자환경 등에 대한 일반적인 의견을 나누는 유익한 자리였다."
―연평도 포격 사태에 대한 세계 금융시장의 반응은 어떤가?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외부 충격에 의한 시장조정은 저가매수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북한의 도발 배경엔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겠지만, 북한이 우리 경제의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점은 이번 사태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났다. 지난주 세계최대 채권회사인 미국의 핌코(PIMCO)를 자회사로 둔 알리안츠 그룹 회장을 포함한 여러 세계적인 금융 CEO와 이번 사태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결론은 북한이 잠재적인 리스크임은 분명하지만, 우리나라의 위기극복 능력을 감안할 때 한국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투자심리와 금융시장이 급속히 안정되면서 국민도 안도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통일에 대해 준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통일은 중단기적으로는 비용을 초래하겠지만 지정학적 리스크가 사라지는 등 장기적으로는 국가적으로 큰 장점이 될 것이다.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의 입장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며 연금제도 운영차원에서도 통일 이후의 시스템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 참여의사를 밝혔다. 어느 정도 검토가 진행됐나?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서는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우량자산 확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여러 인수 후보 중 한 곳인 '우리 사랑 컨소시엄'에 투자검토 의향서를 제출한 상태다. 앞으로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되면 여러 가지 내부 기준과 절차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검토할 것이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은 어떤가? 인수금융에 참여할 생각은 있는지?
"상황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조건을 제시받아야 하는데 아직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 국민연금은 이미 하나금융지주의 2대 주주다. 외환은행에도 5% 규모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주주다. 대주주의 입장에서 당연히 두 회사의 인수ㆍ합병(M&A)이 얼마나 시너지를 내서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는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용산 역세권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자금조달 문제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는 못했지만 6500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이 계획되어 있는 등의 진전이 있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용산역세권개발주식회사(AMC) 등 이해당사자들의 정상화 방안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