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문제가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에 대해 현대자동차그룹이 반발하는 가운데, 채권단은 다음달 6일까지 현대그룹이 인수자금의 출처에 대한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자금(총 5조5100억원) 중 일부인 프랑스 나티시스은행 예금 1조2000억원의 자금 출처에 대해 의심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채권단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29일 현대건설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현대그룹과 체결했다.
그러자 이날 오후 채권단 중 최대 기관인 정책금융공사(현대건설 지분 11% 보유) 유재한 사장은 긴급 기자 간담회를 갖고 MOU 체결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유 사장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자금의 출처에 대한 추가 증빙자료 제출을 거부한 상태에서 외환은행이 MOU 체결을 강행한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다음달 6일까지 나티시스은행 예금 1조2000억원 자금출처 증빙자료를 내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요 채권금융기관인 외환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이날 MOU 체결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나 외환은행도 현대그룹이 다음달 6일까지 증빙서류를 내지 않으면 채권단 내부 규정상 다수 의견에 따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이 기한 내에 자금출처 증빙자료를 내놓지 않을 경우 현대건설 인수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에서 분리돼 작년 10월에 설립된 금융공기업이다. 따라서 정책금융공사의 의견을 외환은행이 무시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환은행은 현대건설 지분 8.7%를 갖고 있다.
이날 MOU체결에 대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외환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밝혀,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공방이 법정으로 옮아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현대그룹은 "MOU 체결은 정당한 절차"라면서 "현대자동차는 시장 질서를 혼란시키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현대건설 공방' 내달 6일까지 결론날 듯
외환은행은 이날 현대그룹 컨소시엄과 현대건설 매각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외환은행은 "현재까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재검토할 만한 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감안하여 입찰서류의 허위사항 등이 발견되거나 위법적인 사항이 발견될 경우 MOU와 주식매매계약(SPA·본계약) 조항에 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를 해지하는 조항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이미 제출한 서류나 앞으로 새로 제출할 자료 등에서 허위·위법 내용이 적발되면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또 "채권금융기관들에 위임받은 권한에 근거해 현대그룹과 MOU를 맺은 것"이라며 "만약 향후 주식매매계약 때 정책금융공사나 우리은행 등 다른 채권금융기관들이 반대하면 '채권단 80% 찬성 조건 충족'이 안돼 본계약 체결은 재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후 정책금융공사와 우리은행 등 다른 주요 채권금융기관들은 외환은행의 MOU 체결에 반대의견을 밝혔다.
◆현대자동차 "소송 불사"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날 발표문에서 "외환은행이 채권단의 의사를 무시하고 전격적으로 현대그룹 컨소시엄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데 대해 분노한다"며 "외환은행 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을 검토해 향후 이런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고 밝혔다. 또한 "채권단은 외환은행이 독자적으로 체결한 양해각서를 즉시 원천무효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대그룹에 있다"며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하고 현대자동차 컨소시엄에 우선협상자 지위를 승계해 양해각서 체결 등 매각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현대그룹 "MOU 체결은 당연한 절차"
현대그룹은 일정 기한을 정해놓고 그때까지 자료제출을 하지 않으면 MOU를 해지할 수 있다는 조항은 없다고 반박했다. 현대그룹은 그러면서 "MOU에 근거해 합리적 범위에서 채권단이 요구하는 추가해명과 증빙자료제출 요구에 대해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자동차가 근거없는 소문이나 의혹으로 시장 질서를 혼란시키는 일을 그만둬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