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나와 성장현, 손윤환 공동대표가 말하는 벤처 10년, "소비자가 우리 둘의 최후 보루"
- 가격비교 사이트로 첫 코스닥 도전
컴퓨터와 가전을 살 때 꼭 찾는 사이트가 있다. 국내 종합 가격비교 1위 사이트 다나와(www.danawa.co.kr)다. 다나와가 창업 10년 만에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에누리, 오미, 마이마진, 베스트바이어, 야비스, 샵바이어...시대를 풍미한 가격 비교 사이트는 많았지만, 코스닥에 이름을 올린 업체는 없었다. 다나와의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는 내달 9일. 통과하면 가격비교 사이트 상장 1호가 된다. 다나와의 올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0% 성장한 200억원, 70억원이 될 전망이다.
"위기의 순간, 우리를 지켜준 것은 소비자였습니다."
인하대 전자계산학과 동기동창생인 성장현, 손윤환 공동대표가 창업 10년, 벤처 10년을 이렇게 요약했다.
2000년 카메라 가격비교 사이트로 출발한 다나와는 1년만에 누적방문자수 1000만명, 2년 만에 누적방문자수 3000만명을 기록하며 약진을 거듭했다. 이때부터 전자상가를 중심으로 다나와는 '공공의 적'이 됐다. 가격비교 사이트가 적당히 마진(이익)을 붙여 파는 기존 상거래에 직격탄을 날렸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상가에서 제품 구경만 하고 실제 구매는 가격비교 사이트가 알려준 최저가 사이트에서 하는 소비자도 많았다. 상가진흥조합들은 다나와가 가격 인하와 출혈경쟁을 부추긴다며 반발했다. 아예 용산전자상가에는 '박멸 다나와'라는 구호가 나붙었다.
"전자상가인들만 반발한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대형 전자업체들도 대학생에게만 특가로 파는 '아카데미 노트북'의 가격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고 항의했습니다. A 광고 대행사는 '슬림TV' 배너 광고를 내렸고 B사는 다나와의 판매사로 등록한 업체에 대해선 제품을 공급하지 않기도 했지요."
(손윤환 사장)
다나와의 대응 전략은 간단했다. 가격 비교 사이트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다. 광고주가 광고 배너를 내려도, 해당업체의 가격 정보까지 내려지 않았다. 다나와는 반발하는 상가주인들을 만나 협상하는 대신 소비자들이 제품 후기(리뷰)를 더 많이 남길 수 있도록 사이트를 구성했다.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좋은 리뷰나 제품 소식은 사이트 전면에 배치했다.
"그러는 동안 다나와는 소비자와 가까워졌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다나와를 방문했고 수많은 리뷰를 남겼습니다. 사람이 몰리다보니 다나와 사이트에 입점해 직접 물건을 팔려는 공급자도 늘고 배너 광고도 증가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순간순간 유혹도 있겠지만, 소비자 편에 서면 더 큰 것을 얻는다는 것을 지난 10년 동안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성장현 사장)
"시대마다 도도한 흐름이 있습니다. 우리가 아니라도 누군가 가격 비교 사이트를 했을 것이고 정보의 힘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넘어가는 것을 막지 못햇을 것입니다. "(성 사장, 손 사장) 다나와도 지난 10년 동안 세상을 바꾼 인터넷 혁명의 진원지 중 하나였던 셈이다.
다나와는 두 번째 도전을 맞았다. 국내 최대 포털로 성장한 네이버(엔에이치엔·NHN)가 지난 2003년 '지식쇼핑'이라는 이름으로 가격비교 시장에 직접 진출한 것이다. 손 사장은 "당시만 해도 다나와는 지금보다 훨씬 규모가 작았다"면서 "경영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 포털들의 가격비교 시장 진출 소식이 그렇게 공포스러울 수 없더라"고 했다.
결과는 다나와의 '선방'이었다. 네이버가 지식 쇼핑이 선보인 이후에도 다나와의 성장은 이어졌다. 컴퓨터와 가전 분야의 전문성에서 다나와가 네이버를 앞섰다. 손 사장은 "각종 상품 정보와 소비자들이 남긴 상품 이용 후기들이 진입 장벽 역할을 했다"면서 "그 정보들만 현재 3000만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성 사장은 "그래도 네이버는 여전히 두려운 존재"라고 덧붙였다. 올들어 네이버가 지식 쇼핑을 확대해 오픈 마켓에 진출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뉴스가 잇따라 나왔다. 오픈 마켓은 G마켓이나 옥션처럼 개인 소비자와 판매업체가 직접 상품을 거래할 수 있도록 중개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쇼핑몰이다. 네이버의 오픈 마켓 진출 여부는 전자상거래 업계 전체의 초미의 관심사다.
"글쎄요. 요즘 신세계 이마트가 동네 슈퍼마켓 시장에 진출한다고 해서 이슈가 되고 있잖아요. 우리 입장에서는 비슷한 종류의 문제라고 봅니다. 부동산 정보사이트 '닥터아파트'처럼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제휴사만 살아남는 구조가 될 지도 모릅니다." (성 사장)
성 사장은 "다나와의 전략도 'A.I.D.M.A'에서 'A.I.S.A.S'로 바꾸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A.I.M.D.A는 광고와 마케팅 분야에서 꽤 유명한 구매 5단계 이론이다.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에 대해 주목(Attention)하고 흥미(Interest)를 느껴 제품을 사고 싶다는 욕구(Desire)를 가지고 되면 머리에 기억(Memory)하고 구매(Action)로 이어진다는 뜻의 줄임말이다.
"이제 A.I.S.A.S 입니다. 소비자들은 제품에 주목(Attention)하고 흥미(Interest)를 갖게 되면 검색(Search)을 합니다. 또 구매(Action)한 뒤에는 제품에 대한 평가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Share)하려고 하지요. 다나와도 상품 블로거들을 대거 영입하는 등 사용자들이 제품을 검색하면 풍부한 정보가 나오도록 하고 있습니다." (성 사장)
두 공동대표는 내년 초 예정대로 상장한 후에 어떤 신규 사업을 계획하고 있을까.
손 사장은 "10년 동안 온라인 영역에서 성장해왔던 다나와가 오프라인 사업에 진출할 수도 있다"면서 "공동 물류센터를 짓거나 공용 사후서비스(AS)센터를 구축하는 등 복안이 있는 데 몇 가지는 기밀사항"이라고 했다. 그는 "좋은 콘텐츠를 확보한 커뮤니티 사이트, 정보 사이트를 인수합병(M&A)하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성 사장은 "역시 답은 소비자에게 있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갑' '을' 관계에 휘둘려 고개를 숙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다나와를 한국판 '컨슈머 리포트(미국 소비자협회가 발간하는 잡지. 정확한 정보과 제품 비교로 명성이 높다)'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성 사장은 12년 동안 대한항공 전산실 엔지니어로 일하다 그만 두고 퇴직금으로 부인과 함께 가격비교 사이트를 만들었다. 대기업 전산실은 안정적이었지만, 활력이 부족했다. 삼성전자를 거쳐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인 로터스코리아 기획이사였던 손 사장은 다나와 설립 1년 후 공동 대표로 합류했다. 당시 IBM이 로터스를 인수하면서 손 사장은 직급을 부장으로 낮춰 한국IBM으로 전직해야 했다.
성 사장이 창업을 결심하고 '다나와'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손 사장은 부르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쉽다고 평가했다. 다나와라는 이름을 '우호적으로' 평가한 유일한 친구였다고 한다. 그렇다고 두 사람의 손발이 척척 맞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손 사장은 "의견이 다른 부문에 대해서는 두 사람이 끝까지 싸웠다"면서 "의견일치를 본 것만 사업화했다"고 말했다.
어느날 성 사장이 손 사장에게 말했다. 다나와에 손 사장이 합류한 지 5년도 더 된 시점이었다.
"난 퇴직금을 걸고 인생을 걸었지만, 너는 삼성전자와 다국적 기업 경력이 있어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인정한다. 너의 진심을."
손 사장이 대답했다.
"무슨 소리냐. 나야 말로 '배수의 진'을 치고 여기에 왔다."
다나와 10년은 배수의 진을 치고 다시 만난 두 사람이 소비자 데이터베이스(DB)라는 새로운 보루를 만들어 간 과정이 아니었을까. 다나와의 지분 분포는 2002년 기준으로 성 사장이 55%, 손 사장이 25%, 2009년 기준으로는 성 사장 37%, 손 사장 18.1%, 투자조합 24.2%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