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이하 하나금융)가 미국계 사모(私募)펀드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지분 51.02%를 4조6888억원(주당 1만4250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존 그레이켄 론스타 회장은 25일 저녁 영국 런던에서 만나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고 김종열 하나금융 사장이 밝혔다. 하나금융은 다음주 중 금융위원회에 외환은행 지분 인수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내년 2월 말이나 3월 초쯤 금융위원회의 M&A(인수합병) 승인이 떨어지면 론스타에 주식 인수대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론스타가 매각대금을 고스란히 챙겨 나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이 론스타의 매각차익에 대해 법인세(세율 22%)를 부과한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인수로) 총자산 316조원의 국내 3위 금융지주사로 도약하게 된다"면서 "향후 하나은행의 개인금융과 외환은행의 기업금융 간에 시너지(동반상승효과) 창출을 통해 새로 재편되는 국내 빅4 은행 체제를 뛰어넘어 글로벌 톱클래스(최고 수준) 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보유한 국내 영업점은 1004개로 국민은행(1172개)에 이어 국내 2위로 올라선다. 특히 해외 영업점은 총 38개로 우리은행(21개), 신한은행(18개), 국민은행(12개) 등보다 훨씬 많아지게 된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을 성공적으로 인수하려면 자금 조달에 대한 시장의 우려와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을 무마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하나금융지주의 자회사인 하나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 검토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하나금융이 대규모 인수자금을 차입으로 조달할 경우 재무 건전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외환은행 노조원 100여명도 이날 하나금융 본점 앞에서 인수에 반대하는 집회를 벌였다.

국세청은 일단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대금 중 10%를 원천징수한 후 추가로 법인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2007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13.6%를 1조1928억원에 팔았을 때 국내 고정사업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으로 간주해 매각대금 10%를 원천징수하고, 추가로 법인세를 부과했던 전례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계획대로라면 론스타는 이번 매각대금에서 투자금액(약 2조1500억원)을 뺀 매각차익 약 2조5000억원에 대해 22%의 법인세를 물어야 한다. 법인세만 약 5500억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또한 주식 매매대금의 0.5%(약 234억원)를 증권거래세로 내야 한다. 이에 따라 론스타가 이번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부담해야 할 총 세금은 5700억원을 넘게 된다.

이에 대해 론스타측은 "국세청이 론스타의 국내 사업장으로 간주한 론스타코리아가 2008년 4월 한국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주식매각차익에 대해 과세하면 안 된다"고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세청측은 "론스타의 한국 투자기간과 론스타코리아가 국내에 있던 기간이 많이 겹치기 때문에 법인세 과세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론스타 세금문제는 법정에서 결론날 전망이다. 론스타는 2007년 국세청의 과세에도 불복해 현재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