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부동산 시장은 2007년에 비해 크게 위축됐지만, 아시아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한국은 외국 자본에 개방적이고 아직 개발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금 나에게 2000만 달러(약 220억원)가 있다면 한국에 투자할 겁니다."
최근 CCIM한국협회 초청으로 방한했던 리처드 저지(Richard Juge) CCIM세계본부 협회장은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여파가 아직 남아 있지만, 지금이 상업용 부동산을 사야 할 때"라며 "아시아가 세계 부동산 시장의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CCIM(Certified Commercial Investment Member)은 '상업용 부동산 투자 분석사'를 뜻하며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35개국에 지부가 있고 정회원 8000여명과 준회원 7000여명 등 총 1만50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1954년 미국 캘리포니아 중개사 협회에 의해 처음 설립됐고 1991년에 별도 협회로 발전했다. 지금은 미국 MIT대와 뉴욕대에서 정식 교과목에 포함될 만큼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오피스, 상가 등의 상업용 부동산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자가 크게 위축됐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 거래량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CCIM세계본부에 따르면 올 2분기 미국 부동산 거래금액은 약 200억 달러로 2007년 1분기와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아시아는 두 기간 모두 약 450억 달러로 거의 변함이 없었다.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미국은 워낙 넓어 지역별로 나눠봐야 하는데, 루이지애나와 텍사스는 그럭저럭 괜찮고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천천히 회복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부동산 담보대출 한도가 줄었다. 과거엔 빌딩 가격의 70~80%까지 대출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60~70% 수준으로 줄었다. 대출이 줄고 자기자본 투입이 늘어나면 건물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하는데, 투자자들은 현재 건물 가치를 재평가하느라 바쁘다. 본격적으로 투자가 이뤄지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한국 부동산 시장이 투자하기에 매력적이라고 보나.
"한국은 서양과 동양을 연결하는 고리다. 중국은 문화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장애가 많은데 한국 정부는 굉장히 안정돼 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둘러봤는데 타워크레인이 너무 많아 깜짝 놀랐다. 미국의 모든 타워크레인을 합한 것보다 많은 것 같다. 이는 그만큼 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 나에게 2000만 달러가 있고 5년 안에 투자해야 한다면 한국을 택하겠다. 다만 5년 이후에 투자하라면 그때도 한국을 선택할지는 다시 생각해 보겠다.(웃음)"
―미국 내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최근 이슈는.
"미국에서는 요즘 에너지 효율이 높은 '그린 빌딩(Green Building)'이 주목받고 있다. 그린 빌딩은 보통 전기료 등의 에너지 비용을 15~20% 정도 아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임대료를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과거엔 높이나 규모가 건물의 가치를 결정했지만, 지금은 규모보다 에너지를 얼마나 아낄 수 있느냐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한국에서는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을 지어 해당 지역의 '랜드마크(landmark)'로 삼겠다는 업체가 많다. 랜드마크 빌딩의 기준이 있나.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빌딩은 주변의 다른 빌딩보다 임대료를 많이 받긴 하지만, 건물 자체보다는 그 건물이 어느 지역에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 뉴욕에서는 파크 애비뉴가 대표적이다. 파크 애비뉴 건물들은 규모는 크지 않아도 지역 자체에 특권의식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이곳에 들어가려면 웃돈을 많이 줘야 한다. 지역은 무시하고 단순히 건물만 크게 지어서는 랜드마크 빌딩이 될 수 없고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