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말 한국 재계의 화두(話頭)는 '다시 뛰자'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과 무역 수지 흑자가 모두 각각 사상 최대 기록을 낼 전망이지만, 내년 '한국 경제호(號)'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제 전문기관들은 일제히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6%대에서 내년에는 3%대 후반~4%대 초로 급락하고, 수출 증가율과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은 올해의 절반 이하로 급감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고 있다.

1994년 처음 1인당 소득 1만달러 고지에 올라선 한국 경제는 환율 이상(異常) 급락 덕분에 환산 소득 기준으로 2만달러대에 이른 2007년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16년 동안 '1만달러대의 덫'에 갇혀 있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인 기업들이 제2의 도약을 성공적으로 이뤄내야만, '2만~3만달러 시대'로 진입이 가능한 것이다.

G20 서울 정상회의 이후 '총력전 모드'로 바꾼 기업들이 공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과 인적(人的) 물갈이 등을 통해 다시 뛰고 있다.

현지 공장 신설·해외기업 M&A '박차'

지난달 말 포스코인도네시아 찔레곤시에 현지 국영기업과 합작으로 2013년까지 연산 300만t 규모의 일관제철소 부지조성 착공식을 가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 제철소는 한국·일본·중국 3개국 철강사를 통틀어 동남아에 짓는 최초의 일관제철소이며 추가 투자를 통해 600만t까지 생산 규모를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 연산 40만t 규모의 자동차강판 공장을 가동 중인 포스코는 베트남에 9억2800만달러를 들여 동남아 최대 규모의 냉연공장을 준공했다. 태국의 스테인리스 생산업체인 타이녹스 지분 15%도 갖고 있다. 올 7월에는 호주의 석탄광산 지분 70%를 5000만호주달러(약530억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포스코 철강 벨트' 구축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판매량 기준 세계 5위 메이커로 부상한 현대차는 지난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해외 6번째 생산거점인 러시아 공장(연산 15만대)을 준공했다. 다음 달에는 남미 최대 시장인 브라질에 10만대 규모의 완성차 공장을 착공할 방침이다. 현대차가 중국에 제3공장(연산 40만대)까지 완성할 경우, 2012년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700만대에 달해 명실상부하게 세계 4위권에 진입한다.

내수 업종 위주인 SK도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품소재 기업인 SKC가 올 9월 미국 조지아주에 폴리우레탄 공장을 준공하고 태양전지 소재 생산공장을 착공한 게 대표적이다. SKC측은 "내년에 공장이 완공되면 태양전지 특수 시트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SK에너지는 지난 6월 페루 리마 남쪽 멜초리타에 LNG공장을 준공, 남미 현지에서 개발과 수송·제품 생산과 수출에 이르는 수직계열 생산체계를 완성했다. SK에너지는 수출과 해외 사업 강화를 위해 내년 1월 석유사업과 화학사업을 분사하고, SKC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목표로 '태양광 사업 추진본부'를 신설했다.

롯데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호남석유화학은 최근 말레이시아 최대 석유화학업체인 타이탄을 1조5000억여원에 인수, 단숨에 아시아 2위의 에틸렌 생산업체로 올라섰다. 지난달 석유공사는 한국 공기업으로는 사상 최초로 적대적 M&A(인수·합병) 방식을 적용해 영국 석유회사인 다나 페트롤리엄의 지분 90%를 확보했다.

'젊은 리더' 전진 배치, 물갈이 인사로 새 출발

김순택 부회장을 책임자로 임명하면서 과거 전략기획실과 비슷한 그룹 총괄 조직 복원을 발표한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아들인 이재용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10년 내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며 "21세기 리더는 젊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를 통한 '뉴 삼성' 청사진을 분명히 했다.

LG그룹 역시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긴급 소방 투수를 맡아 상당 폭의 인적 쇄신과 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LG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도 성장할 수 있는 경영 체질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추고, 미래 경쟁력 강화에 꼭 필요한 인재를 발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우, 올해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정의선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임원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미 한국 재계에는 신동빈 롯데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 재계 2~3세들이 지휘봉을 잡고 경영 일선 현장을 누비고 있다. 이들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는 각 그룹의 미래 10~20년을 이끌어 갈 '먹을거리'를 찾아 육성해 내는 일이다.

산업연구원(KIET) 송병준 원장은 "국민소득 1만달러에서 2만달러로 가는 데 걸린 시간이 일본은 4년, 영국이 8년, 미국은 11년인데 비해 우리는 아직도 2만달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 리더를 포함한 각 분야의 경제 주체들이 위기의식을 갖고 한층 분발해야 한국 경제의 실력과 수준이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