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큐, '나폴레온', '하야비치', '조우커'….
40대 이상인 사람들은 이런 술 이름을 접하면 감회에 젖을 겁니다. 한 번쯤은 숙취로 고생한 경험도 있을지 모릅니다. 모두 1970~80년대를 주름잡았던 '싸구려 양주'들입니다. 요즘은 술집 수십 군데를 돌아다녀도 찾기가 힘듭니다. 하지만 캡틴큐와 나폴레온이 요즘에도 수만 병씩 팔리는 걸 아십니까. 롯데칠성이 생산하는 캡틴큐는 2005년 3만6500상자(700mL 병 6개 혹은 360mL병 12개들이)가 팔려 출고가 기준으로 4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3억3500만원 정도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국순당이 생산하는 나폴레온 로얄도 2007년 12억원, 지난해 7억5000만원어치가 팔렸습니다.
술집에선 일부러 찾아서 마시려고 해도 없는 술이 도대체 어떻게 소비되기에 매년 수만 병씩 팔릴까요. 일각에서는 "가짜 양주 원료로 쓰인다"고 의혹을 제기합니다.
의혹을 제기하는 논리는 이렇습니다. 이 술들은 위스키나 브랜디, 럼, 보드카 같은 서양 술의 원액은 20% 미만이고, 나머지는 국내에서 만든 주정으로 알코올 도수를 40도까지 높인 저가 양주입니다. 주세법상 '기타재제주(其他再製酒)'로 분류됐었죠. 하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 전후로 100% 원액 양주가 쏟아져 나오며 설 자리를 잃자, 가짜 양주 원료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주류업계 전문가들은 "이런 술들이 가짜 양주 원료로 쓰일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한 위스키 제조업체 임원은 "가짜 양주는 에탄올이나 저급 주정에 향을 내고 캐러멜을 섞어 색깔만 내면 되기 때문에 저가 양주만 의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 술들 중 상당량이 가짜 양주 원료로 쓰일 개연성이 있지만, 전부 다 가짜 양주로 둔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가양주의 상당량은 러시아 선원들이 소비합니다. 편의점 GS25에 따르면 지난해 캡틴큐 판매량이 전년에 비해 34배, 올해는 작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작년 부산항 인근에 편의점 매장이 늘어났는데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저가양주가 팔렸습니다. 러시아 선원들이 많이 오가는 신선대 부두와 감천항에서 캡틴큐가 박스째 팔립니다. 수도권 지역에서는 안산 및 시화공단에서 많이 팔리는데 이곳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은 곳입니다.
술집에서 구경하기가 쉽지 않지만 동네 수퍼나 대형마트, 편의점에서 아직 이 술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신세계 이마트는 캡틴큐 200mL짜리는 1800원,700mL짜리는5200원에 팔고 있습니다. 올해 3000만원어치 정도 팔 것으로 예상합니다. 나폴레온 로얄도 이마트에서만 매년 1억2000만원 정도씩 팔린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