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원전 기술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을 늘리고, 기자재와 시공업체들도 원전 특수를 누리고 있다.

우리가 원전 수출에 성공하자 사람들은 우리의 뛰어난 원가 경쟁력과 시공 능력, 민·관 합동의 수출전략에 주목했다. 하지만 정작 외국의 원전 전문가들은 우리의 최고 경쟁력으로 '30여년 무사고 원자력발전소 운영'을 꼽는다. 이것은 첨단 기술력 못지않게 품질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우리 산업계에는 1990년대 말부터 불량률을 '100만분의 3.4 수준'으로 관리하는 '식스 시그마' 품질 관리 활동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품질 면에서 미국·일본 등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에 왔다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올해 초 도요타의 리콜사태는 품질 면에서 정상의 위치에 있는 기업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몰락을 자초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도요타 문제는 해외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이제 품질문제는 기업의 생산 공정을 벗어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도 해외 생산 및 해외 부품 사용이 늘고 있다. 글로벌 생산네트워크에서 품질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이제는 국내 관점에 펼쳐온 품질향상 운동(TQM·Total Quality Management)을 글로벌 품질관리(GQM·Global Quality Management)로 확대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도 기업들이 이 같은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GQM 기법의 개발 및 보급에 정책의 초점을 맞추어 나갈 계획이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품질 관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기업들은 제품 생산 단계에서부터 제품의 안전을 고려해 설계와 생산, 유통 과정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안전 품질이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소재·부품 등 협력 기업의 품질이 대기업이 생산하는 완제품의 품질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은 품질 측면에서도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다.

우리 산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른 융·복합산업의 경우에도 품질 확보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융·복합 제품은 변화가 빠르다.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이렇게 빠른 속도를 따라가다 보면 기존의 제품에 적용되는 품질 관리 시스템이 신제품에서 잘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융·복합 제품에 맞은 새로운 품질 기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더 이상 변방의 작은 나라가 아니다. 명실상부하게 세계 경제의 중심 국가로 부상했다. 지난날 고도 성장 과정에서 우리는 선진국의 품질 기법을 그대로 가져다 쓰기에 급급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중심국이 된 만큼 이제는 세계적인 품질 트렌드를 선도하는 '품질 강국'으로 자리 매김 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