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 유럽을 강타했던 그리스발(發) 국가부도 사태가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진앙지는 아일랜드. 영국과 국경을 맛댄 아일랜드는 2000년대 경기호조에 따른 부동산버블 붕괴로 집값이 30% 이상 빠졌으며, 국채 금리는 연초보다 두배 가까이 뛰어 해외로부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두려워 현재 아일랜드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을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아일랜드 사태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불씨가 재정상태가 좋지 않은 스페인, 포르투갈 등에도 옮겨붙어 유로화 전체의 신뢰도가 또다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올 봄,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에 이미 아일랜드는 스페인, 포르투갈 등과 함께 '유로존의 재정불량국가(부채과다)'로 분류됐다. 그러나,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에 대한 구제시스템이 전혀 없던 상태라 '가장 급한 불'이었던 그리스가 우선적으로 구제금융 대상국으로 지정됐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돌입했던 유로존 국가 부채 문제가 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을까. 아일랜드 국채금리는 왜 최근 치솟았을까? 이런 의문을 알아보려면 지난 10월 28~29일 열린 EU정상회의 논의내용을 알아봐야 한다.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EU정상들은 거시건전성 제고를 위해 지난 3월 26일 TF(태스크포스) 구성에 합의했다.

이 TF는 지난 10월 28일 △재정규율 강화 △거시경제 감시  △영구 위기관리메커니즘 구축  △정책조화 도모  △재정기구의 기능강화 등의 방안을 담은 최종보고서를 EU정상회의에 제출했다.

18일 한국은행 해외조사실이 내놓은 '해외경제 포커스'에 따르면, TF는 영구 위기관리메커니즘 구축의 전제조건으로 민간투자자들도 국가채무 조정을 할 때 원금손실을 분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유럽 국가가 과다채무국이 된 데는 은행 등 민간투자자들의 도덕적 해이에도 원인이 있기 때문에 국가채무 조정시 민간투자자들에게도 손실을 분담토록 함으로써, 시장규율에 의한 재정건전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질서 있는 국가부도' 도입을 주장했던 독일의 입장을 반영한 방안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안이 시행될 경우 재정불량국의 불안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실제로 EU정상회의에서 이 방안이 논의된 직후부터 아일랜드, 그리스, 포르투갈 등의 국채금리가 치솟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의 경우, 10년만기국채금리가 지난 10월 27일 연 6.771%이던 것이 꾸준히 올라 11월 14일 기준으로 연 8.242%까지 치솟았다. 연초의 연 4.838%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국채금리가 높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수요가 그만큼 적다는 뜻이며, 해당국 정부가 해외로부터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다.

결국, 위기관리체제의 영구화 조건으로 내건 민간투자자들의 손실 가능성이 재정불량국가의 채권금리를 치솟게 만든 셈이다. 현재 아일랜드에는 IMF, EC(유럽연합집행위원회), ECB(유럽중앙은행) 등으로 구성된 아일랜드 문제 전담팀이 도착,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결정 여부를 실사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국가채무조정 과정에서 민간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분담하는 방안은 논쟁의 여지가 있고, 금융시장 불안 등 부작용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도 과제로 남게 돼, 구체적 시행방안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