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오전 7시. 전북 군산에 위치한 타타대우상용차 본사 공장에 임직원 200여명이 모였다. 김종식 사장을 비롯해 임원 12명이 타타대우의 2011년형 유로5 대형트럭을 직접 몰고 225km 떨어진 서울까지 가는 행사 때문이었다. 타타대우는 2004년 인도의 타타자동차가 대우자동차 트럭 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로 현대차의 상용차 부문과 함께 국내 양대 트럭회사다.

"작년 11월 타타대우 사장이 되고 나서 만난 한 고객께서 '타타대우 직원 가운데 상용차 운전할 줄 아는 사람이 몇 명인지 아느냐'고 물으시더군요. 저는 '우선 잘 몰라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1년 뒤에는 저부터 직접 운전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습니다." 김 사장은 "지금은 팀장급 이상은 거의 100% 대형트럭 면허를 갖고 있고 여직원도 3명이나 트럭 운전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오전 8시 정각. 김 사장 등 임원 12명은 임직원 환송을 받으며 공장 정문을 출발했다. 김 사장이 모는 선두 차량, 최대 출력 560마력짜리 25.5t 덤프트럭 옆자리에 올랐다.

타타대우상용차 김종식 사장이 군산 본사 공장에서 서울까지 자사의 덤프트럭을 몰고 가는 장면. 김 사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학자풍의 로맨티스트이지만, 강인한 의지와 실천력을 지녔다는게 주변 평가다.

덩치는 산(山)만했지만 조작은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모습은 마치 승용차 운전대를 돌리는 것처럼 부드러워 보였고, 변속기는 다이얼만 돌리면 자동으로 변속되는 형식으로 승용차용 변속기 레버보다도 작았다. 십몇단씩 되는 수동변속기를 이리저리 바쁘게 휘젓는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김 사장의 실제 운전 모습은 세단을 모는 것 이상으로 편해 보였다.

트럭은 곧 금강 하구 쪽 철새도래지를 지나 공주·서천 간 길게 뻗은 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렸다. 김 사장은 무전기를 통해 뒤따라 오는 다른 한국·인도인 임원들과 한국어·영어로 상황을 주고받느라 분주했다.

김 사장은 아무리 상황이 힘들더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임직원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믿는다. 작년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 군산에 왔을 때는 모든 팀장급을 부부 동반으로 초청해 공연을 관람했다. 그는 말 타는 것을 무척 좋아해서 순전히 말을 타기 위해 외몽골 초원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백두산을 하루 종일 걸어 올라간 적도 있다. 매년 봄·가을 자주 만나는 다른 두쌍의 부부와 함께 소장하고 있는 빨간색 혼다 골드윙 대형 스쿠터를 타고 국내 투어도 한다.

"지난 4월 판매대행사였던 대우자판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게 사실입니다. 전년 대비 점유율도 3%포인트나 줄었지요. 하지만 4분기부터 자체 판매회사를 만들어 판매망 강화에 집중하면서 상황이 계속 좋아지고 있습니다." 김 사장은 "도전은 이제부터"라면서 "타타대우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라고 했다.

첫째는 내년까지 중대형 내수 점유율 40%를 달성해 업계 1위에 오르는 것이다. 국내 4.5t 이상 중·대형 트럭 수요는 연간 2만대. 타타대우는 현재 30%(6000~7000대)의 점유율로 현대차(40%)에 이어 2위다. 김 사장은 신제품 '프리마 유로5'가 친환경적이면서도 힘이 세지고 연비는 7%나 향상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승용차 못지않은 편의성까지 갖췄기 때문에 제품력은 해볼 만하다고 했다. 여기에 서비스까지 전력을 다하면 지금보다 1000~2000대 더 파는 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두 번째는 역시 수출. 그는 "내수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3~4년 안에 연 3만대의 트럭을 수출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아프리카와 중동·동남아에만 수출하고 있지만 내년 이후 유럽과 중국에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출발한 지 4시간 만인 낮 12시. 김 사장의 덤프트럭은 2011년형 '프리마 유로5' 출시 행사장인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 도착했다. 고속도로와 달리 굴곡진 도로가 많았지만 김 사장은 마치 프로 운전기사처럼 능숙하게 좁은 도로 사이를 헤쳐나갔다. 그는 "1년 전 고객과 한 약속을 오늘 지킨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앞으로 타타대우가 제시한 성장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 나가는지 꼭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서울 공대와 미국 퍼듀공대 기계공학 박사를 마친 뒤 미국 디젤엔진 회사 커민스의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2000년부터 커민스 동아시아 총괄 대표이사로 일하면서 중국 자동차회사들과 디젤엔진 합작생산 사업을 주관했고 지난해 타타대우 사장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