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커뮤니티에서 유명세를 얻고 있는 '파워블로거' 김진우(28)씨〈사진〉의 직업은 대리운전기사다. 1주일에 서너 번씩 올리는 '대리운전 시승기'의 조회 수는 회당 수만 클릭에 달한다.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 '카앤레드존'은 누적 방문자 수가 200만명을 넘어설 만큼 인기다.

"다양한 차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대리운전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직업으로 대리운전기사를 선택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고급 세단인 벤츠 S클래스, 아우디 A8부터 기아차 경차 모닝까지 김씨가 지금까지 타본 차의 종류는 수백 종이 넘는다.

김씨는 대리기사 일을 하면서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소형차부터 최고급 수입차까지 차종을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자신만의 평을 내놓고 있다. 그는 "수입 고급차는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의외로 내구 품질 등이 불만족스러운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GM대우가 수입, 판매했다가 지금은 단종된 스포츠카 G2X(해외명 오펠 GT)를 가장 인상적이었던 차로 꼽았다. 뒷바퀴 굴림 방식에 빠른 가속능력이 일품이었다는 평이다.

김씨는 자신의 본업이 블로거라고 소개했다. 대리운전 이전에는 일용직, 택배기사, 자동차 안전교육 보조강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쳤다. 수입이 정기적이지 않지만 "차가 좋아서 차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늘리고 싶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가 대리운전을 하며 시승기를 쓰게 된 계기는 이렇다. "자동차 블로그를 운영하며 업체가 제공하는 시승차를 타 보니 대부분 갓 나온 신차 상태였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되고 주행거리도 누적되면 같은 차도 시승 느낌이 달라져 더욱 정확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김씨의 일상은 여유롭지 않다. 늦은 시간 대리운전 일을 마치고 나면 대중교통이 끊겨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김씨는 "근처 PC방에 가서 블로그를 관리하며 밤을 지새우다 아침 첫차를 타고 귀가한 적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요금문제로 손님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차가 좋고 앞으로도 어떻게든 차와 관계된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그는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운전 강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