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3일째 진행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에서 미국측이 쇠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을 요구하고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FTA 추가 협상이 깨지더라도 쇠고기 시장을 추가 개방할 수 없다"고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만났지만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밤 11시 20분부터 30분 간 전격적으로 심야회동을 했고 11일 협상을 재개키로 했다. 미국이 쇠고기 개방 요구를 철회해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좌측 두 번째) 등 미국 협상단이 10일 밤 11시 20분쯤 서울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커크 대표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30분 정도 심야 회동을 했으며 11일 다시 협상을 하기로 했다.

이날 협상에서 커크 대표는 "쇠고기 개방 확대가 있어야 미국 의회에서 한·미 FTA 이행법률안이 통과될 수 있다"고 쇠고기 추가개방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다루자고 요구했다. 이에 김 본부장은 "쇠고기에 대해서는 논의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자동차 분야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면서 타결 단계까지 갔던 이번 협상은 미국이 뒤늦게 쇠고기 검역 완화와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서울 G20 정상회의가 개막하는 11일 오후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양자(兩者)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이 만나기 전에 협상이 전격 타결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에 쇠고기 추가 개방 요구를 포기하지 않을 경우 협상은 결렬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정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쇠고기 추가 개방은 안 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김종훈 본부장에게 "미국이 쇠고기 문제를 건드린다면 이번에 FTA를 안 해도 좋다"는 협상 지침을 내렸다고 10일 정부 고위 관계자가 밝혔다. 이 관계자는 "김 본부장이 커크 대표에게 'FTA를 안 하면 안 했지 쇠고기에 대한 협상을 할 순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4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실무급 협상에서부터 쇠고기 문제를 정식 의제로 삼자고 요구했으나, 우리 정부는 "쇠고기 문제를 정식 의제로 삼으면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며 논의 자체를 거부해왔다. 미국측은 협상 테이블에 쇠고기 관련 서류를 쌓아두고 우리 협상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자동차 환경기준 완화 등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농업 분야에서는 일부 민감 품목의 관세 철폐 시기를 사실상 연장하는 방안을 요구해 미국의 양보를 받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2007년 한·미 FTA 협정 타결 당시 합의했던 내용인데도 미국이 아직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전문직 비자 1만5000개의 한국 배정을 본격 추진하기로 미국측으로부터 약속받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