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신기술이 출현하려면 버블(거품)도 거쳐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녹색산업에 필요한 것이 녹색 버블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양수길 공동위원장은 지난 2일 서울 서린동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전문매체 조선비즈(www.chosunbiz.com)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보통신(IT) 산업이 발전한 배경에는 IT버블이 있었다"면서 "지금 시점에 어느 정도의 녹색버블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녹색성장위원회는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큰 그림을 기획하고 추진하기 위해 정부가 민간 전문가들을 모아 만든 기구. 주OECD대사·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을 역임한 양 위원장은 서울대 환경대학원 김형국 교수에 이어 지난 7월부터 2기 위원장을 맡고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당연직 공동위원장이다.
녹색성장의 필요성을 설파하는 임무를 맡은 양 위원장이지만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 인상이 필수"라는 '불편한 진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금의 에너지 가격은 너무 싸다"며 "생산단가에도 못 미치는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면 에너지 사용을 줄이는 기술 개발을 유도할 수 있고 낭비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물론 에너지 가격 인상에 따른 저소득층의 피해를 보완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양 위원장은 현재 한국의 녹색기술 수준에 대해 "선진국의 50~80% 수준으로, 학점으로 말하면 'B+'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양 위원장은 "2020년쯤엔 한국에서도 A학점을 받는 기업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녹색성장 관련 펀드의 수익률이 좋다. 과거 IT 버블을 연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새로운 기술의 시대가 열리기 전에는 버블이 한 번쯤 형성되기 마련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IT 버블로 인해 많은 투자자가 손실을 보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IT 버블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IT 발전은 없었다고 본다'고 답했다. 지금 시점에 어느 정도의 녹색버블은 필요한 것 같다."
―녹색성장을 하면 전통 굴뚝산업이 위축되는 것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포스코는 전체 온실가스의 10%를 배출하고 있다. 포스코가 녹색정책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포스코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며 새로운 성장 모델을 만들고 있다. 수소연료전지 등 신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그동안 각 산업 분야에서 화석연료를 싸게 쓰면서 기계화·자동화를 이뤘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많이 줄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면 에너지 가격이 올라간다. 그러면 노동 수요도 다시 늘어날 것이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국은 기술에서는 일본 등 선진국에, 규모는 중국에 뒤지는 상황인데?
"제일 신경쓰이는 경쟁자가 중국이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품질경쟁력은 한국이 높다. 유럽에서는 중국산(産)이 아닌 한국의 부품·소재를 사간다. 태양광 분야에서 에너지 변환 효율을 예로 들면 우리가 20~25%인 데 비해 중국은 15% 정도다. 결국은 고품질·고가제품은 한국이, 저렴한 범용제품은 중국이 공급하는 구조가 될 것이다."
―정부가 2년 넘게 녹색성장을 외쳤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태양광과 풍력, 2차전지, 제주도에 실증단지를 만들고 있는 스마트그리드 등의 분야에서는 5~6년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다. 녹색성장은 이 정권이 추진을 시작했지만 열매는 다음 정권으로 넘어간다."
―녹색성장이 수출 대기업 위주로만 짜여 있고 내수 육성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녹색산업을 수출산업으로 만드는 게 목적인 것은 맞지만 녹색기술도 기술 개발 단계부터 내수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아야 한다. 기술개발 지원 외에도 공공구매를 통해 내수 활성화를 도울 생각이다. 예컨대 조달청은 녹색구매를 지난해 3조원에서 2013년 6조원까지 늘릴 예정이다. 이 물량의 대부분은 중소기업의 몫이 될 것이다. 녹색중소기업 100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