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

"2010년 주식시장은 상저하고(上低下高) 패턴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경기선행지표과 동행하며 하락세를 그리고 → 2분기 미국 산업생산 등 경기동행지표 개선 둔화를 확인하며 바닥을 만들고 → 3분기 미국 고용지표, 소비지표 개선과 함께 중국 내수성장 모멘텀에 힘입어 상승세를 타다가 → 4분기 단기간 급등에 따른 방향성 탐색 및 변동성 감소로 전망한다. 코스피지수 하단은 1450~1500, 상단은 1900으로 예상한다. 상반기에 코스피 저점이 나타난 이후 주가수익배율(PER)이나 주당순이익(EPS) 모두 증가할 것이다. 주도업종은 경기 민감 소비재 등 수출업종으로 판단한다."

지난해 연말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가 내놨던 '2010년 한국 증시 전망'을 펼쳐보면 실제 주가 흐름을 상당히 정확히 예측했음을 알 수 있다. 많은 증권사들이 주요국의 출구전략을 염두에 두고 '상고하저(上高下低)' 패턴을 예상한 것과 달리, 한국투자증권은 선진국의 경제회복이 더딜 것으로 내다본 것이 맞아 떨어졌다. 1450~1900으로 예상한 코스피 밴드도 지금까지 큰 오차가 없다. 하지만 3분기 이후 미국의 경기지표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과 수출업종이 주도할 것이라는 예상 등은 약간 빗나갔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만나 올해 증시에 대한 평가와 내년 전망을 들어봤다.

- 지난 1년의 증시를 평가해달라.
"지난 연말 우리가 예상한 올해 증시 전망이 비교적 잘 맞았다고 본다. '상저하고' 패턴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지 않았는데 우리가 예상한 대로 진행됐다. 금융위기 직후 모든 국가가 정부 중심의 경제회복에 고심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소비가 쉽게 살아나기 어려운 구조이고, 이 때문에 저금리 기조가 생각보다 오래 갈 것이라는 예측이 맞았다."

- 하지만 미국 경기 회복은 당초 예상보다 더디다.
"양적완화와 소비진작 정책의 효과가 올 3분기 이후에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효과가 생각만큼 빨리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고, 일부 소비지표도 나아지고 있다. 미국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초과지준액이 1년 만에 1조 달러 아래로 떨어졌다는 것은 조금씩 돈이 풀리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런 점들로 볼 때 내년에는 미국의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물론 거시적으로 보면 가계가 저축을 늘리고 정부가 내수보다는 수출 위주의 정책을 펴면서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을 하는 과정이므로 경제위기 이전의 수준까지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 올 연말쯤 한국증시의 PER(주가수익배율)을 12배 수준으로 예상했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 밑돌고 있다.
"기업 이익이 예상보다도 빠르게 증가한 탓이다. 정부가 돈을 풀면서 기업들이 가장 혜택을 입었고, 특히 한국 기업들은 중국의 호황, 고환율, 아시아 내수시장 성장 덕을 고루 입었다. 지금 우리 증시의 12개월 예상 PER이 9.5배 수준인데, 리스크 프리미엄을 감안해도 실적이 주가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아직 오를 여지가 있다고 본다."

- 남은 4분기에 추가적인 상승을 기대해도 된다는 뜻인가.
"그렇지는 않다. 올해 4분기에는 코스피지수 1950 이상 가기는 어렵다고 전망한다. 지금은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팽배한 상황인데, 투자자들의 지나친 확신이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조정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1900선에서는 균형된 시각으로 시장을 보고, 1950선을 넘어가면 과열을 경계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물론 이것은 4분기에 국한된 전망이고, 유동성 장세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

- 연말 투자전략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기본적으로 주식의 매력도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주식 자산이 없는 사람은 조정이 올 때 조금씩 사고, 이미 주식을 가진 사람들은 조정을 기회삼아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것이 좋겠다. 업종별로는 산업재와 소재의 비중을 줄이고 소비재의 비중을 늘리라고 얘기하고 싶다. 주식시장의 사이클을 따라가되 남들이 좋다고 할 때 경계하고, 남들이 안좋다고 할 때 적극성을 보인다면 성공적인 투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큰 사이클상으로 지금이 꼭지는 아니다. 세계 모든 나라가 출구전략을 시행하기 전까지는 큰 문제 없이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 내년 증시를 상당히 낙관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지금 상황에서 돈이 갈 수 있는 곳이 어딘지를 생각해 보자.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이고 부동산은 침체에 빠져 있는데,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의 수준은 낮고 앞으로 경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결국 가장 매력적인 건 주식이다. 모든 자본시장 상품의 가격은 결국 펀더멘털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 내년도 한국증시의 PER을 11배로 가정한다면 코스피지수는 2200까지, 기업실적이 좀 더 빠르게 성장한다면 2300까지는 갈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올해와 달리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좋을 것 같다. 한국과 중국의 경기 하강세가 점차 뚜렷해지는 반면, 인플레이션 부담은 점차 높아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 업종별 전망은?
"소비와 관련된 섹터를 좋게 본다. IT, 자동차, 그리고 길게 보면 금융주다. 금융주는 현재 주가가 많이 빠진 상태라 내년쯤에는 좋아질 개연성이 있다. 이 밖에 한국은 물론 중국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오리온, CJCGV같은 내수주들이 좋다고 본다. 기계·정유·화학은 괜찮은 것 같긴 한데 길게 볼 때 내년 연말까지 갈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올해 많이 올랐던 섹터와 조선·건설업종은 비중을 축소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 주의해야 할 변수는 무엇이라고 보나.
"무엇보다 환율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의 연착륙 여부다. 중국 리스크가 갑자기 불거지진 않겠지만, 부동산 버블 요인이 잠재된 상황이므로 중국 정부가 어떻게 안정시키느냐가 관건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중국이 연착륙하는 사이에 미국의 소비가 살아나고, 원화 강세가 완화되는 것이다.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은 올해는 힘들고, 내년 1분기쯤으로 예상한다. 그렇다고 공격적으로 올리긴 힘들 것 같고, 상반기에 총 50bp(0.5%)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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