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용(63) 대통령 직속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은 "한국 상품이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여지는 이미지 수준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71%에 불과하다"면서 "디스카운트(평가절하)돼 있는 30% 가운데 10분의 1인 3%만 끌어올려도 약 15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4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온라인 경제·투자전문매체 조선비즈(www.chosunbiz.com)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에서 만든 향수나 와인은 그 자체로 프리미엄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도 가진 것을 제대로 발굴해서 보석 같이 다듬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06년 9월부터 4년간 이화여대 총장을 지내고, 지난 9월 말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임명됐다. 비상근이지만 주말에도 출근할 만큼 바쁘다. "회의다 강연이다 쫓기다보면 차 안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해결하기도 한다"고 했다. 예순 넘은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열정에 넘친 모습이었다. 이날 인터뷰 때도 빨간색 투피스 차림이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이 위원장은 인터뷰 내내 "국가 브랜드는 문화와 역사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경복궁을 한 번 생각해보자. 경복궁이 중국의 자금성(紫禁城)에 비해 규모가 작긴 하지만 그 아름다움이나 정교함은 오히려 자금성을 앞선다. 이런 것을 찾아서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 역사와 문화에서 이야기를 끌어내는 '스토리텔링'(이야기 형식으로 알기 쉽게 푸는 것) 기법을 적극 활용해 한국을 널리 알리겠다"고 했다. 또 통일성이 없는 정부부처의 홈페이지나 슬로건도 재정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각 부처의 홈페이지를 통일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기존의 국정홍보처나 해외문화홍보원과는 역할이 달라야 할 것 같다. 한국의 대표 브랜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브랜드는 문화가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과거는 단지 지나간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한글을 내세우고 싶다. 한글은 1444년 세종대왕이 만들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다. 과거에 만들어졌지만 미래가 됐다. 8000개 발음을 표현할 수 있는 과학적인 문자로 현재의 정보기술 시대보다 앞서는 것이다."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슬로건도 필요하다고 본다.

"조화(harmony)와 감동이 깃든 슬로건을 만들 계획이다. 지금 정부의 슬로건은 '다이내믹 코리아(역동적인 한국)'이지만, 국가브랜드위원회는 '배려하고 사랑받는 대한민국' 등을 검토하고 있다. 나눔과 평화, 생명의 의미를 담은 슬로건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