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은 중국 우시공장과 관련 "중국 우시공장의 생산성이 국내 이천공장과 같은 수준"이라면서 "그러나 우시공장 생산제품은 본사가 가져와서 다시 판매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이익을 본사가 가진다"고 말했다.

권 사장은 이어 한 때 논란을 빚었던 기술유출 우려에 대해 "반도체 제조공정이 무려 400단계가 넘는데다 1년마다 새로운 양산기술이 나오기 때문에 기술을 훔쳐서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잘라 말했다. 권 사장은 지난달 29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경제·투자 전문 온라인매체 조선비즈닷컴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권 사장은 또 채권단이 최근 사모펀드를 통해 하이닉스매각 방침을 밝힌 데 대해 "채권단이 차선책으로 그런 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 지는 생각못해 봤다"면서 "매각문제는 채권단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그는 "매각 대상으로 LG그룹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 쪽에서 일관되게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 우리쪽에서 자꾸 이름을 언급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고 말했다.

3분기 영업실적을 발표한 하이닉스의 권오철 사장이 지난 29일 오후 하이닉스 강남 서울사무소에서 향후 반도체 시장전망을 밝히고 있다. 이덕훈기자 leedh@chosun.com

-정책금융공사에서 올해 안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 사모펀드(PEF)를 통해 매각하겠다고 했다. 어떻게 보나.

"현재 채권단은 15% 정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지배·소유 구조와 관련 여러가지 대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훌륭한 대주주가 장기적인 육성의지를 갖고 충분한 지분을 갖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이나 한국적 문화에도 맞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주주가 나타나지 않으니까 채권단에서  차선책을 검토하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 지는 생각을 못해봤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LG가 적격이라는 말이 많다. 특히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 대표이사로 오면서 LG그룹의 인수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있다.(구본준 부회장은 지난 1999년 하이닉스(옛 현대전)와 LG반도체의 합병 당시 LG반도체 대표를 맡고 있었다.)

"LG가 일관되게 '하이닉스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기 때문에 그 분들의 판단을 존중해줘야 할 것 같다. 과거 LG가 반도체사업을 했고 하이닉스와 인연이 있어 세상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지만, 그분들이 지속적으로 부인하는데 계속 언급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본다."

-중국 우시 공장 법인장을 지냈는데, 우시 공장의 경쟁력은 어떤가.

"중국 우시공장은 본사와 거의 같은 수준의 생산성을 가지고 있다. 성공적인 해외 현지공장 진출사례로 꼽힐 수 있다. 우시 공장의 생산물량을 본사가 최소한의 마진만 남기고 가지고 와서 본사가 이익을 실현한다. 핵심적인 기술부문을 하이닉스에서 파견된 엔지니어가 직접 맡는다."

-중국 공장을 만든 이유는.

"당시 상계관세 때문에 한국 이천공장에서 만든 반도체는 수출을 제대로 못 했다.(2000년대 초반 당시 미국·유럽 등 정부의 유동성 지원을 받은 하이닉스에 대한 상관관세를 부과했었다.) 또 2003년에는 한국에서는 공장을 지으려고 해도 파이낸싱을 할 수 없었다. 당시만 해도 하이닉스에 희망이 없다고 했다.

게다가 우리의 전략적 파트너였던 유럽 반도체 회사 ST마이크로도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에 공장을 짓기를 원했다. 그래서 중국에 12인치, 8인치 공장을 각각 1개 라인씩 짓게 된 것이다."

-중국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 되나.

"시장조사기관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40% 정도 된다."

-중국 우시 공장 때문에 기술 유출 우려가 있었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이제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도체 제조공정이 400개나 되고 개발부터 양산까지 2년 넘게 걸린다. 1년마다 기술이 바뀌고 투자비도 엄청나다. 공장 하나 건립하려면 50억달러가 들어간다. 이런 산업에서 기술을 훔쳐서 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황당한 이야기다.

대만 반도체 기업의 경우, 반도체 위탁생산 20년간 했지만 아직 자체 기술이 없다. 일본·미국·하이닉스 등에서 기술을 통째로 전수받았지만 아직도 자체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300㎜(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이 주력이다. 언제쯤 450㎜ 라인으로 전환하나.

"450mm 라인으로 전환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거다. 200mm에서 300mm 가는 것과는 다르다. 300mm에서 450mm로 전환하면 생산성이 20% 정도 좋아지지만 그 정도의 생산성 향상은 기존의 300㎜ 생산라인을 갖고도 공정기술 고도화를 통해 달성할 수 있다.

앞으로는 웨이퍼 크기를 늘리는 식의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부가가치가 높고 좋은 품질의 반도체를 만드느냐에서 승부가 갈릴 것이다."

-앞으로는 제품기술이 승부수라는 뜻인가.

"그렇다. 공정이 철도라면 제품은 철도 위를 달리는 열차다. 열차가 다 같은 열차가 아니다. 천천히 가는 열차가 있고 KTX 같은 초고속열차가 있다.

마찬가지로 반도체도 모바일·서버 등 다양한 응용분야에서 저전력·초고속·초대용량 등으로 갈수록 고기능화, 다양화되고 있다. 앞으로는 고도의 연구개발 기술이 들어가는 고부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CEO된 지 6개월이 됐다. 소감은.

"CEO가 참 할 일이 많고 바쁜 자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이닉스의 미래에 대한 고민도 많다. 이제까지 하이닉스를 지켜온 2만명의 임직원이 똘똘 뭉치면 우리의 잠재력을 잘 실현할 수 있을거라고 본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경영 포인트는.

"내 표어가 '오래가고 좋은 회사'이다. 지속 경영, 지속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지면서 핵심사업에 집중하겠다. 투자의 경우 양적 생산력 증대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사람을 위한 투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양적 경쟁보다는 기술개발 등 질적인 투자를 먼저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