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워런트증권(ELW)시장 규제를 놓고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KRX)가 치열한 설전(舌戰)을 벌이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기회에 투기시장으로 변질된 ELW 시장을 손봐야 한다며 벼르고 있고, 거래소는 힘들게 키운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며 최소한의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올 국정감사에서도 ELW 시장을 둘러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져 금감원의 주장은 한층 힘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거래소는 금감원이 의원들에게 제공한 자료에 문제가 있었다며 이를 빌미로 규제의 칼날을 들이미는 건 억지라고 항변한다.

금융위는 당초 이번주에 발표하기로 했던 시장제도 개선안을 11월초로 미뤘다. 금감원과 거래소, 그리고 증권업계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도무지 타협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 "작년 투자자 손실 4천억?..말도 안돼"

논쟁의 발단은 올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조문환 의원이 공개한 'ELW 손익현황'에서 비롯됐다. 조 의원은 금감원 자료를 토대로 작년 한 해 동안 ELW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입은 손실만 4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이 거둔 1043억원의 수익을 제외하면 순수 개인투자자들이 입은 손실은 5000억원 규모로 늘어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래소는 조 의원에게 제공된 금감원 자료가 완벽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다. 만기가 3~6개월별로 다양하고 투자자 유출입이 잦은 ELW 시장의 손익규모를 1년단위로 구분해 산출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것이다. 또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지는 ELW 특성상 1년단위의 기간을 기준으로 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간을 연간이 아닌 반기별로 나누면 최근 9개 반기 중 개인투자자가 이익을 본 구간이 5개나 되며 이를 분기나 월 단위로 쪼개면 이익은 더 커진다”면서 “어느 일정 시점을 끊어 이익규모를 산출한다는 것 자체가 여러 가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손익규모를 수치로 표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거래소는 또 “투자자가 손실을 본 만큼 증권사나 스캘퍼 이익으로 돌아갔다고 하는데 이 역시 숫자를 더해보면 맞지 않다”며 “이 자료는 ELW 시장내에서 투자자금의 흐름을 참고하는 데 쓰는 용도일 뿐, 참여주체들의 손익을 구분짓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데이터의 완전무결함을 강조하고 있다. 전수조사를 통해 집계한 데이터인 만큼 틀리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거래소가 억지주장을 펴며 데이터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자료는 ELW 개장이후 한 번이라도 ELW 거래를 한 전 계좌를 다 조사한 것”이라며 “대상 증권사도 56개에 이르러 사실상 거의 모든 계좌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별도계좌 개설해야..`예탁금 논란`

금감원은 ELW 시장에서의 개인투자자 손실이 애초부터 잘못된 구조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증권사로 참여하는 유동성공급자(LP)들이 가격을 산정해 ELW를 팔고, 개인은 이들로부터 매수한 뒤 다시 LP가 불러준 가격에 되팔아야 하는 만큼 처음부터 공정한 게임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대박을 노릴 수 있다는 것 하나에만 매몰돼 이같은 구조를 모르고 시장에 참여하는 만큼, 진입장벽을 높여 애꿎은 피해자를 구제하겠다는 게 금감원의 방침이다.

금감원은 일반주식계좌에서 ELW를 별도로 분리해 전용계좌를 가진 투자자만 ELW를 투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증권사를 따로 방문해 ELW 매매계좌를 개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예탁금도 따로 넣어두도록 해 정말 원하는 투자자만 들어오게끔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금감원이 계획하고 있는 예탁금 부분이다. 별도 계좌 개설까지는 한국거래소나 증권업계에서도 수긍하고 있다. 여기에 투자자 교육만 강화한다면 시장 건전화 차원에서도 긍정적일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예탁금까지 미리 넣도록 한다면 오히려 ELW시장이 초단타매매자들만 들끓게 돼 더 혼탁해 질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이 선물거래(1500만원) 수준의 예탁금을 ELW 계좌개설에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소액으로 조금씩 해보려는 투자자는 오히려 시장을 외면하고 정말 스캘퍼들만 판을 치는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