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마리나 베이에 있는 '마리나 베이 샌즈(MBS)호텔'. 쌍용건설이 시공해 지난 6월 '21세기 건축의 기적'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문을 열었다.

미국의 세계적인 카지노·호텔업체 샌즈(Sands)그룹이 2007년 발주한 이 공사엔 전 세계 14개 건설사가 달려들었지만 누구도 예정된 기간 내에 완공할 수 있는 공사 방법을 찾지 못했다. 쌍용건설과 함께 최종 후보에 오른 일본, 프랑스, 홍콩의 건설사는 발주처의 까다로운 요구를 못 맞춰 중간에 포기해야 했다.

세계적인 건설사들조차 엄두를 못 낸 이 호텔은 3개 동(棟)이 '입(入)'자 모양으로 생겼다. 2561개의 객실이 있는 55층 높이의 건물은 두 개로 갈라져 있다가 23층에서 하나로 합쳐진다. 공사가 까다로운 이유는 바로 이 휘어지는 건물 때문이다.

쌍용건설이 완공해 지난 6월 문을 연 싱가포르의‘마리나 베이 샌즈호텔’. 한쪽 건물이 50도 이상 기울어져 있어 난이도가 높은 공사였지만 쌍용건설은 신공법을 적용해 공사 기간을 48개월에서 27개월로 대폭 단축했다.

보기엔 아름답지만 지면에서 최고 52도가 기울어진 건물을 짓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쌍용건설은 설계 원안대로 공사를 수행하면서도 48개월인 공사기간을 27개월 단축했다. 이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높은 가격인 9000억원을 썼는데도 시공사로 선정됐다. 이 금액은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건축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탈리아에 있는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정도 더 기울어진 호텔을 짓기 위해 쌍용건설은 교량 건설에 쓰던 특수 공법을 사용했다. 휘어진 건물 지하에 고정점을 만들어 놓고 건물이 안쪽으로 쓰러지지 않게 아래에서 쇠줄로 잡아당기면서 층(層)을 높여간 것이다.

여기에 휘어진 건물 안쪽 세 곳에 가설 구조물을 설치해 버팀목 역할을 하게 했다. 이 두 가지 공법을 함께 사용한 것은 쌍용건설이 세계 최초다.

공사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은 3개 동 호텔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 파크(Sky park)'. 길이 343m, 폭 38m인 스카이 파크엔 수영장 3개와 전망대, 정원, 산책로, 레스토랑, 스파(Spa) 등이 있다.

면적은 축구장의 약 2배 크기인 1만2408㎡(3753평)로 무게가 중형 승용차 4만3000대와 비슷한 6만t에 달한다. 문제는 이렇게 무거운 '옥상공원'을 휘어진 건물 위에 올리는 일. 일직선 건물은 무게를 견디는 힘이 강하지만 기울어지고 갈라진 하층부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트랜스퍼 트러스(Transfer Truss)'공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공법은 휜 건물에 적용되는 무게를 곧게 선 옆 건물로 분산하는 기술이다.

쌍용건설이 이 호텔을 지으면서 적용한 경사구조 시공 공법은 국토해양부의 건설 신기술로 지정됐다. 해외 사업에 적용된 기술이 신기술로 지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이 국내 관공사에 입찰할 땐 기술 점수를 받고 비슷한 사업에 사용할 경우 기술료(해당 공사금액의 약 15%)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공사에 하루 투입된 인원이 가장 많을 땐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10여 개국의 6000명에 달했다. 쌍용건설은 다국적 근로자들로 2교대·24시간 공사를 수행하면서도 1200만시간 무재해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