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30분.
스마트폰에 설정해놓은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손을 더듬거려 스마트폰을 찾는다. SNS 메신저 알람을 끈 후 밤새 문자메시지는 없었는지, '카카오톡(Kakao Talk)'에서 누가 말을 걸진 않았는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된 지 오래다.
나는 올 3월 '옴니아2'를 구입했다. 처음 써보는 스마트 폰 세계에 푹 빠져 있는데 3개월 후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S'가 출시됐다. 2년 약정을 걸어놓은 상태에서 '당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가난한 얼리어답터지만 아직은 명품백보다 IT제품에 손을 들어주는 나는 눈물을 머금으며 지난 7월 갤럭시S로 갈아탔다.
지난밤 숙취에 괴로워하며 스마트폰 재생목록에 들어가 '많이 재생된 음악' 키를 눌렀다. 출근 준비하는 30여분 동안 평소 즐겨듣던 노래가 알아서 재생되도록 하는 기능이다. 세수하고 화장하는 동안 익숙하고 편안한 음악이 오늘 하루치 활력을 충전해주는 느낌이다.
출근길 버스 안. 스마트폰에 헤드셋을 연결해 귀에 꽂고 볼륨을 최대로 높이자 버스 안에 나만의 공간을 가진 듯한 느낌이 든다. 버스에 탄 대부분의 승객들도 스마트폰으로 무언가를 보거나 듣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트위터'에 접속해보니 내가 팔로잉(following)하는 50여명의 친구들이 밤새 지저귐을 남겨놓았다. 오늘자 타임라인(팔로어들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 끝도 없이 내려간다. 눈대중으로 글을 확인한 후 멘션창에 '오늘도 파이팅'이란 문구를 쓰다가 다시 지웠다. 이 정도 문구로 타임라인을 늘리는 것은 팔로어들에게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힘 없는 멘션이 계속되다간 조만간 '언팔(Unfollow·팔로잉을 끊는 것)' 세례가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밥은 안 먹어도 트위터는 한다
나에게 트위터(Twitter) 같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는 필수가 아닌 습관이 돼버린 지 오래다. 한 번에 140자 멘션을 날릴 수 있는 트위터에 하루 평균 3개의 멘션을 올릴 정도다. 맛집에 가면 음식사진을, 지나가다 희한한 광경이나 사람을 발견하면 즉석사진을 찍어 글과 함께 올린다. 즉흥적으로 떠오른 생각 등을 분출하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내 글에 반응하는 팔로어들의 글을 만나면 더 재밌다. 스마트폰에 멘션 자동 업데이트 기능을 설정해 30분 간격으로 다른 사람이 올린 멘션을 들여다보고 있다. 트위터는 가끔은 기사로 활용할 수 있을 법한 주옥 같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보고이기도 하다.
트위터리안 수를 집계하는 오이코랩(oikolab)에 따르면 2010년 4월 42만명이던 국내 트위터 가입자 수가 10월 19일을 기준으로 180만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모르긴 몰라도 이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트위터 중독증세'를 보이고 있을 것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카카오톡 덕분에 문자요금 1만원 절감
트위터를 닫고 내친김에 카카오톡을 실행시켜 출근 중일 지인들에게 '오늘도 좋은 하루'란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번호부에 있는 사용자들과 그룹채팅 및 파일전송 기능을 지원하는 카카오톡은 문자를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에게 획기적인 서비스다. 설치하기만 하면 스마트폰의 내 전화번호부에 저장된 사람들 중 같이 카카오톡을 쓰는 사람이 자동으로 대화상대에 추가된다. 현재 카카오톡에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만명이 가입돼 있다.
카카오톡을 이용하기 시작한 후론 매달 문자메시지 추가요금을 내지 않게 됐다. SNS앱 하나로 그동안 추가로 지출해오던 1만원의 문자비용을 아낀 셈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지난 9월 말을 기준으로 모두 442만3000명. 스마트폰 관련 사업자들에 따르면 내년에는 가입자가 1700만명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과 쓰지 않는 사람으로 나뉘는 이른바 '스마트폰 디바이드(Smart dvide)'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SNS 세계에서 복닥거리게 될 것이고, 직접 얼굴을 맞대거나 전화로 의사를 전달하는 내 생물학적 기능은 퇴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카카오톡으로 응답해온 지인들과 '피곤하다'를 연발하며 몇 마디를 주고받자 버스가 어느새 광화문에 닿았다. 몇 달 전 회사에 와이파이망이 구축되면서 이젠 회사에서도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게 됐다. 덕분에 회사에서는 가능한 많은 앱을 다운받거나 사용하는 앱을 풀 가동한다. 처음엔 MSN, 네이트온, 트위터, 구글talk, 카카오톡, 포스퀘어 등을 번갈아가며 사용했지만 업무에 지장을 주는 것 같아 지금은 카카오톡이나 구글talk로 들어오는 메시지에만 응답하는 편이다.
오전엔 이번주에 쓸 기사를 위해 취재원들과 연락을 시도했다. 먼저 전화로 스마트폰 번호를 교환하고 자세한 얘기는 카카오톡에서 이어갔다. SNS를 시작하면서 나도 모르게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인맥을 새롭게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취재원은 SNS로 섭외해야 성공
취재원 섭외 성사율은 스마트폰 사용률이 높은 젊은 취재원일수록 높은 편이다. SNS로 의사를 교환하면 전화로 얘기하는 것보다 스스럼 없는 대화가 가능해서 인 것 같다. 이른바 '시크(chic)'한 신종 섭외법이다. 취재원을 섭외하고 아이템을 정리하자 오전 시간이 금방 지나가버렸다.
오늘은 회사 선배와 광화문에 소문난 스파게티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벌써 20여명이 줄을 섰다. 하지만 이 정도쯤은 거뜬히 기다릴 수 있다. 위치기반 SNS인 '포스퀘어(foursquare)'에 접속해 '체크-인'을 누르고 이 집엔 어떤 스파게티가 유명한지, 어떤 맛인지를 묘사한 후 트위터에 연동해 글을 올리는 데 5분이 걸렸다. 네이트온이나MSN에 접속해 있는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금세 시간이 지나고 내 차례가 왔다.
SNS만 있으면 유명인사도 친구로
포스퀘어는 GPS를 기반으로 위치기반서비스(LBS)를 제공하는 SNS다. 국내에서 포스퀘어의 대표적 이용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자신이 자주 가는 레스토랑과 카페 등의 위치를 GPS로 찍어 팔로어들에게 전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실 기자의 포스퀘어 가입도 정용진 부회장이 포스퀘어를 사용해 트위터에 남긴 'I am at 커피지인'이란 멘션을 본 데서 비롯된 것이다.
포스퀘어에서 자신의 위치를 등록하고 방문 소식을 알리는 것을 '체크인(Check-in)'이라고 하는데, 체크인을 할 때마다 일정 점수를 받는다. 점수를 많이 따거나 여러 장소를 방문하면 '배지(Bedge)'가 부상으로 주어진다. 배지를 많이 모았거나 한 장소에 여러 번 체크인한 사용자는 '시장(Mayor)'으로 신분상승을 꾀할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6개의 배지를, 기자는 4개의 배지를 소장하고 있다.
트위터나 포스퀘어의 대단한 소통 능력은 유명 기업인이나 연예인들의 엄청난 팔로어 수로 미뤄 짐작해왔지만 지난 6·2지방선거는 실제 그 위력을 확인한 계기가 됐다. 소녀시대, 2PM 등 아이돌 연예인들의 '투표장소 인증샷'에 젊은층의 투표율이 늘어난 것이나, 트위터에서 '한 표'를 호소하는 정치인들의 발언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느냐는 시비를 불러온 것 등이 그렇다.
식사자리서도 각자 스마트폰 하기 바빠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의 식사 자리였지만 헤어지면서 왠지 깊은 대화를 나누지 못했단 느낌이 들었다. 집중할 만하면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진동소리에 대화의 흐름이 깨지기 일쑤였다. 표현하진 않았지만 선배는 서운한 듯했고 나 또한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일관했다.
SNS는 쌍방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지만 항상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월 19일 출시한 '오빠 믿지' 앱은 한쪽엔 '족쇄'와도 같은 부담스러운 SNS다. 연인끼리의 사용을 목적으로 개발된 '오빠 믿지'는 GPS를 이용해 상대방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기능에다 메신저 기능까지 더했다고 한다.
이 앱은 엄청난 다운로드와 접속폭주로 출시 하루 만에 서비스가 중단됐다. 개발사인 원피스(대표 김정태) 측은 블로그를 통해 "과도한 접속으로 인한 서버과부하로 일시적으로 서비스를 중지한다"고 서비스 중단 사유를 밝혔다. 서비스를 사용해볼 대상도 없었지만, 사용도 못해보고 서비스가 중단된 건 아쉬웠다.
'오빠 믿지' 앱을 단 하루라도 사용해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각종 포털사이트에서 '오빠 믿지'를 검색하자 '이제 여자친구 몰래 나이트도 못 가겠다' '개발자는 분명 솔로일 것이다' '어린이나 노약자들에게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등 의견이 분분했다.
주식·카드관리도 사무실서 앱으로
중국에 있는 동생이 모바일 메신저로 말을 걸어왔다. 다니는 회사에서 일명 '트위터 경연대회'를 했는데 1등에 선정돼 부상으로 아이폰을 받게 됐다는 것이다. 사내 구성원들 간 결속력을 다지기 위해 임원이 낸 아이디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20대 여성의 '수다'에는 과장도, 부장도 상대가 안됐던 모양이다. 동생은 "한 달 동안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할 때마다 특이한 풍경을 찍어서 올렸던 것이 비결"이라며 "결과를 발표하는데 다들 '너밖에 더 있냐'는 표정이었다"고 말했다.
오후 3시. 주식앱에 접속해 장마감 결과만 확인하고 종료버튼을 눌렀다. 장기투자를 목적으로 조금씩 주식을 사기 때문에 장마감 가격만 확인하면 바로 닫는다. 내친김에 가계부 앱으로 이번 달에 쓴 카드금액도 확인했다. 가계부 앱인 'T스마트카드'에 현재 쓰는 신용카드를 등록해놓으면 검색 당일까지의 카드 사용액을 자동으로 집계해 준다. 신용카드를 균형 있게 쓰고 소비를 조절하는 데 유용하다. 실제 'T스마트카드' 앱을 쓰기 전에는 한 달 카드 사용액이 120만원에 육박한 적도 있었지만 이 앱을 쓴 후 카드값을 60만원대로 줄일 수 있었다.
퇴근 후 서울 마포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40㎡(약 13평)짜리 작은 오피스텔에 혼자 거주하지만 지난 6개월간 외로움을 느껴본 적은 거의 없다. 인터넷도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스마트폰으로도 필요한 정보를 검색하고 메신저 등을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주말에 볼 만한 영화나 공연이 있는지를 검색하거나 갈 만한 여행지 등을 검색하다 보면 어느새 밤이다.
TV를 보다 잠들기 전 마지막으로 트위터에 접속해 멘션을 남긴다.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를 정리하며 스스로에게 쓰는 일기다. 몇몇 팔로어들이 타임라인에 남기기엔 감성적인 댓글을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보내왔다. 카카오톡으로 유도해 대화를 이어가다 보니 어느새 밤이 늦었다.
잠들기 직전 '슬리핑 메이트' 앱을 실행시켰다. 새가 지저귀는 효과음과 함께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와 사르르 잠이 드는 효과가 있어 애용하는 것이다.
SNS 없을 땐 어떻게 살았지?
가만히 보니 스마트폰 메인화면에 깔려 있는 앱의 수만 12개다. 이 중 SNS서비스와 모바일메신저가 6개나 된다. 전에는 지방 출장을 가면 버스나 기차 안에서 잠깐씩 졸기도 했지만 요즘은 SNS를 통해 버스나 기차 안에서도 쉼 없이 대화하기 때문에 잠들 여유도 없다. 스마트폰을 계속 쓰다 보니 배터리가 금방 닳아 휴게소에서 급속충전을 하는 일도 잦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어 목적지에 도착하면 목이 뻐근할 때도 많다.
주변엔 의식적으로 스마트폰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회사에선 수시로 울려대는 스마트폰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줘 아예 스마트폰에서 SNS 관련 앱들을 모두 지웠다는 선배도 있다. 그 선배는 "SNS를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이 대부분 신변잡기뿐이며 빠른 정보교류나 인맥관리도 수박 겉핥기식인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과 10개월 전 등장한 스마트폰으로 확 뒤바뀐 일상을 가감 없이 늘어놔봤다. 스마트폰은 나에게 무한한 편리와 즐거움을 가져다 주지만, 내가 스마트폰의 '노예'일지 모른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지금 뿌리치기에는 스마트폰이 주는 즐거움이 너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