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경기도 기흥사업장 비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는 S라인.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 올라서니 축구장 넓이의 3배쯤 되는 라인이 한눈에 들어온다. 하나의 공정이 끝난 웨이퍼(반도체의 원판)를 자동으로 옮기는 이동장치 수백대가 천장에 매달려 있다. 밥솥처럼 생긴 이 장치는 웨이퍼를 1~25장씩 담아 다음 공정에 내려놓는다. 직경 300㎜ 웨이퍼 한 장의 경우 이동장치를 800번 타야 스마트폰 AP(스마트폰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로 탄생한다. 웨이퍼 한 장으로 만들 수 있는 반도체 칩 총가격은 쏘나타 한 대와 맞먹는다.
스마트폰·태블릿PC 같은 '모바일 빅뱅(Big Bang)'이 일어나면서 모바일용 반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모바일 시장은 인텔이 비메모리 반도체 CPU를 만들고 삼성전자는 메모리 D램을 담당하는 PC산업 시절 공식을 깼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CPU에 해당하는 AP 반도체를 만들어내며 작년부터 이 분야 선두주자로 나섰다. 갤럭시S에 이어 태블릿PC인 갤럭시탭에도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두뇌를 집어넣었다. 애플 아이폰3 두뇌도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이었다. 모바일 반도체가 각광받는 이유는 조만간 스마트폰 신규 판매대수가 PC 대수를 추월하기 때문.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2년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4억9000만대로 PC의 4억4000만대를 넘어선다고 예상했다.
◆스마트폰 CPU 시장에서 정상급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비메모리 반도체를 연구하는 LSI연구소. 3층 회의실에 들어서니 듀얼코어 AP, 즉 스마트폰에 두 개의 두뇌를 집어넣는 것을 연구 중이었다. 듀얼코어 칩을 꽂은 테스트용 스마트폰이 세 개의 스크린과 연결돼 있다. 풀HD(고화질) 3D(입체) 동영상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워놓고 사진과 문서 등 3가지 작업을 동시에 하게 한다는 것. 이 제품을 단 스마트폰·태블릿PC는 내년에 나올 예정이다. 이상조 수석연구원은 "경쟁력의 핵심은 성능이 좋아져도 전력소모량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핵심 반도체인 AP시장에서 지난해 39.2%로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를 제치고 처음 1위를 차지했다. 이외 모바일 기기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CMOS 이미지센서칩(카메라 렌즈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시켜 주는 반도체)·MP3 구동칩·내비게이션 AP 등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의 비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라인건설에 36억달러(약 4조원)를 투자,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기흥에 이은 대규모 비메모리 라인이다.
◆모바일 D램 메모리도 수요 폭발
기흥공장에서 차로 5분 달리면 나오는 화성공장.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시설이 집중된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전준영 모바일 메모리담당 상무는 "모바일용 D램 시장의 연간 성장률이 40~50%에 이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D램 시장에서 전 세계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인다.
PC용 D램은 라인에서 대량 생산되지만 모바일 D램은 비메모리 반도체 AP와 한데 묶여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제조사마다 패키지 설계가 다르고 이에 따른 적용 기술이 다르다. PC D램처럼 동일한 규격이 없다 보니 현물 시장도 없고 가격등락폭이 작다. 전 상무는 "일반 폰에 1Gb(기가비트) 모바일D램이 들어갔다면 스마트폰은 4Gb, 태블릿PC엔 8Gb로 늘고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비메모리·D램 반도체 성장은 PC용 D램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에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가 선전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3분기(7~9월) 반도체 사업부는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이란 전망이다.
☞ AP(Application Processor)
스마트폰·디지털TV 등에 사용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일반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와 같은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중 가장 기술집약적이다. 삼성전자·퀄컴·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