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만든 신형 아반떼를 올 8월 출시 직후 한 대 구입했습니다. 1주일에 한 번은 꼭 몰아보는데, 한국 승용차 가운데서 정말 뛰어난 차입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中林尙夫·50) 한국도요타 사장은 이달 15일 강원도 태백 레이싱파크에서 렉서스 고성능 스포츠세단 'ISF' 시승행사 뒤 가진 인터뷰에서 "차를 몰아보는 걸 좋아해서 현대·기아차에서 나온 모든 차종을 빌려 영종도에서 직원들과 함께 몰아봤다"고 말했다.

나카바야시 한국도요타 사장은 15일“한국의 수입차 시장은 일본 수입차 시장에 비해 매우 역동적”이라며“수입차 점유율이 조만간 10%에 근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 1월 한국도요타 사장에 부임한 그는 25년 경력의 해외영업 전문가다. 1994~2000년 인도네시아 판매를 맡았을 당시, 현지 점유율을 크게 높여 주목받았고 지난해에는 도요타 브랜드의 한국 출시를 총괄했다.

그는 매일 새벽 4시~4시 반에 일어나 2시간 운동한 뒤 오전 6시 반 전후로 집(서울 강남역 근처 B오피스텔)을 출발, 회사(역삼역 근처)에 오전 7시쯤 도착하는 전형적인 '새벽형(型) CEO'이다. 또 주말에는 렉서스·도요타 판매점을 예고 없이 방문하는데, 기사가 딸린 렉서스 대형세단 LS 대신에 현대차의 신형 아반떼를 타고 나타나기도 한다.

나카바야시 사장이 아반떼를 즐겨 타는 가장 큰 이유는 도요타가 내년 3월에 아반떼와 크기가 비슷한 코롤라를 한국에 내놓기 때문이다. 출시 모델은 배기량 1.8L(리터) 132마력짜리 미국형이며, 새로 출시되는 마이너체인지(부분변경) 모델이다. 도요타는 코롤라의 타깃 고객을 '한국 중산층 부인들이 타는 세컨드카'로 잡고 최종 시장분석을 진행 중이다. 가격은 대당 2500만~2900만원 선이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올 8월 도요타 해외영업 총괄 후노 부사장과 본사 엔지니어들을 초대해 함께 신형 아반떼를 몰아봤다. 내년 3월 코롤라 출시와 관련한 경쟁차 분석 차원에서였다. 본사 엔지니어들은 아반떼에 대해 '이 정도 가격에 멋진 스타일과 성능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특히 경쟁력 있는 가격에 고급스러움까지 만들어내는 능력은 도요타가 맞서기 어려울 정도'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작년 말부터 불거진 도요타 리콜사태와 관련, "한국에 부임해서 하고 싶은 게 많았는데, 리콜 사태로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것이 무척 억울했다"며 "도요타 엔지니어는 세계 최고이니까 곧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나카바야시 사장은 현대차에 대해서 예찬론을 펴기도 했다.

"도요타에서는 10년 전부터 '현대차를 배워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현대차는 빠른 결단력, 도전 정신, 최고경영진부터 현장 딜러까지 일체가 돼 움직이는 것 등이 강점이지요."

부대찌개를 매우 좋아하는 그는 "치즈·라면·소시지·스팸·김치를 원래 좋아하는데, 이 모두를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부대찌개는 내게 최고의 메뉴"라며 "의정부 등 한국에서 부대찌개 잘하는 곳이라면 대부분 가봤다"고 했다.

그는 최근 한·미 FTA 문제와 관련, "내년 7월 한·EU FTA 발효에 이어 한·미 FTA까지 실현된다면, 도요타가 유럽·미국 공장에서 만든 차를 한국으로 싼값에 들여올 수 있어 한국 시장 내 경쟁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