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 기준금리를 동결(연 2.25%)하기로 결정한 이후, 은행과 저축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속속 내리고 있다. 우리·신한은행이 15일 예·적금 금리를 0.1~0.2%포인트 인하했고, 국민·하나·기업·외환 등 다른 은행들도 다음 주에 금리 조정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시중에 자금이 넘치는 바람에 10월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많은 전문가들이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현재는 전 세계 '환율전쟁'이란 외부 변수 때문에 당분간 한은이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어지고 있다. 다만 11월 11~12일의 서울G20정상회의에서 환율전쟁이 매듭지어지고 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내에 올릴 수도 있다는 의견도 팽팽하다.

예금금리 인하 행진 이어져

우리은행은 15일 예금금리와 적금금리를 각각 0.1~0.15%포인트, 0.1~0.2%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대표 상품인 키위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는 연 3.55%에서 연 3.45%로 떨어졌다. 최근 두 달 새 0.4%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1000만원을 맡겼을 때 1년치 이자가 4만원 줄어든 셈이다. 신한은행도 이날 1년 만기 월(月)복리정기예금 최고 금리를 0.1%포인트 인하한 연 3.6%로 조정했다. 다른 은행들 역시 시장 추이를 살펴보며 금리를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준금리가 석 달째 동결되면서 15일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시장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나머지 은행들도 조만간 금리 인하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다음 주쯤 1년 이상 장기 상품 금리를 인하할 계획이며,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인하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초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던 저축은행의 예금금리도 하락세로 전환했다. 15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으로 105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한 달여 만에 0.03%포인트 하락한 연 4.24%를 기록했다.

금리 인상, G20정상회의가 변수 될 듯

14일 한은의 금리 동결 이후, 금융권 전문가들은 연말까지는 기준금리가 동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물가 불안과 환율이라는 두 가지 이슈가 부딪히고 있는데 향후 기준금리 인상 여부는 어느 쪽의 힘이 더 강하게 작용할지가 관건"이라며 "연말엔 통상 금리를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연내 금리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도 "다음 달에 열릴 서울G20정상회의 등을 통해 환율 문제는 지속적으로 이슈가 될 것"이라며 "대외 경제여건에 무게중심이 쏠리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다음 달 열리는 서울G20정상회의에서 각국 환율 분쟁이 정리되고 외환시장도 안정을 되찾는다면 '환율전쟁' 때문에 금리를 동결한다는 명분도 사라지게 된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원은 "G20정상회의를 앞두고 글로벌 유동성이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되면서 국고채 금리 하락 추세는 이어지겠지만, G20정상회의가 잘 마무리되고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는다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다음 금통위는 서울G20정상회의가 끝난 후인 11월 16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