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보도..달러 대비 원화 가치 상승률이 일본보다 완만
-韓 기업 수출경쟁력 개선 '경계'

일본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을 비판한 것은, 올해 한국의 성장이 엔화 대비 원화 약세에서 비롯됐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보도했다.

엔화와 같이 원화도 마찬가지로 최근 수개월 간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는 올들어 12.8% 오른 반면 원화 가치는 4.8% 오르는 데 그쳤다. 달러당 엔화 환율 하락폭이 원화 환율 하락폭보다 컸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과 경쟁하는 자동차, 해운, 철강, 가전 부문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이 결과 한국 기업들은 높은 이익 마진을 달성할 수 있었다.

지난 2007년만해도 달러화 대비 엔화와 원화의 환율 변화폭은 대등했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고조되던 2008년 이후에는 달라졌다. 투자들이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에 몰려들고, 이보다 투기적으로 여겨지는 원화에서는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결국 이는 엔화 가치 상승폭을 더욱 극대화시켰고, 일본산 제품은 한국산 제품보다 비싸게 팔리게 됐다.

가타야마 미키오 소니 대표는 지난달 "엔화 강세와 (높은) 법인세율로, 일본 기업들이 한국의 경쟁사들보다 불리한 위치에 있다"며 "이는 불공정한 경쟁으로, 마치 아령을 팔과 다리에 모두 묶어놓는 것과 같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이 가운데 지난 13일 간 나오토 일본 총리와 노다 요시히토 일본 재무상은 처음으로 중국과 함께 한국을 싸잡아 인위적으로 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노다 재무상은 "한국이 정기적으로 외환 시장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간 총리는 "한국과 중국이 책임감을 갖고 공동의 규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과 핵심 주요 경제당국은 일본 지도부가 다른 국가의 환율 정책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난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WSJ는 한국이 이번에 자국의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한국 관료들은 한국은행의 외환시장 개입이 원화 가치의 방향성을 완만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원화와 엔화가 달러화 대비 앞으로 한달 동안은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두 통화의 환율 격차는 상대적으로 좁혀지면서 한국 수출업체들의 이익이 전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환율 문제는 전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문가들은 금리를 인상할 경우 자본이 유입되면서 원화 가치 상승폭이 커지는 것을 우려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했다고 보고 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도 원화 환율이 금리 동결에 영향을 미친 여러가지 요인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지난 수개월동안 한국 기업과 정부 관료들은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상승에 대해 우려해왔다. 하지만 통화 가치 상승률이 엔화보다는 낮?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업체들은 반사 이익을 누렸다고 WSJ는 전했다. 한 예로 현대자동차는 일본의 경쟁사들보다 10~15%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덧붙였다.

WSJ는 한국 기업들이 다른 해외 경쟁업체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는 것은 한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인용, 한국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로 그 어떤 선진국보다 높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로 일본보다 세 배나 높은데, 여기에는 수출 강세가 큰 영향을 미치고 전했다.

도쿄미쓰비시 UFJ의 우치다 미노리 외환 연구원은 "일본 기업들은 달러화 대비 엔화 강세에 따른 고통을 받고 있지만, 원화 대비 강세에 따른 충격이 더 크다"며 "해외 인프라스트럭처 프로젝트 입찰에서 일본 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밀리고 있는 이유도 환율 요인이 가장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