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KRX)가 부산 시민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거래소측이 부산을 위한다며 여러 가지 사회공헌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약속했던 주요 사업들은 외면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국정감사 시즌을 맞아 가뜩이나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의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거래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발단은 지난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정부는 서울에 있는 증권거래소와 부산에 있는 선물거래소를 합치면서 통합거래소를 부산에 설치했습니다. 부산을 금융 허브로 키워 국토의 균형개발을 이뤄내겠다는 목적에서였죠. 이때 약속한 것 중 하나가 선물연구원 및 연수원을 부산에 두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선물연구원 설립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산의 시민단체들과 학계가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에다 파생상품 송수신 접속장비를 서울에만 설치,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부산 시민의 자존심을 건드렸습니다.
하지만 거래소도 나름의 사정이 있다고 항변합니다. 선물연구원의 업무가 금융투자협회 산하 자본시장연구원의 업무와 중복되는 만큼, 별도 법인으로 따로 만들 게 아니라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원 형태로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주장입니다. 이에 선물연구원 대신 파생상품 연구개발(R&D)센터로 대체하자는 안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파생상품 관련 전산장비에 대해서도 회원사의 90% 이상이 서울에 있는 이상 부산보다는 서울에 설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럼에도 부산 시민의 공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본사를 부산에 두고 있음에도 너무 서울에만 편중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일종의 소외감 때문입니다. 실제로 이사장을 비롯해 한국거래소 임원들은 주요 업무를 서울에서 봅니다. 금감원·국회 등 주요 기구들이 모두 서울에 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정부 눈치를 볼 일도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금융중심지로 지정되면서 금융 허브로 성장해 나갈 꿈에 부풀어 있던 부산시 입장에선 거래소측에 서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예전의 약속이라도 지켜달라며 강도 높은 불만을 토로하는 것이죠. 부산시 관계자는 "새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거래소 운영이 너무 서울 중심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국거래소는 부산에 본사를 둔 몇 안 되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한국거래소가 부산을 대표하는 기관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업무의 효율을 높이면서도 부산 시민의 입장을 헤아리는 지혜도 필요한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