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입차는 물론 국산차도 휠(타이어 안쪽의 금속 바퀴)의 크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휠 크기를 지나치게 키우는 것은 일반인의 경우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차량 외관의 당당함을 강조하기 위해 '인치업(inch-up)' 즉 휠의 크기(단위는 인치)를 키우는 것은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도 3~4년 전만 해도 소형차는 13~14인치, 준중형 세단은 14~15인치, 중형 세단은 15~16인치가 표준이었다. 하지만 최근 신차는 준중형차에는 17인치, 중형 세단에는 18인치 휠까지 장착돼 출고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구형 EF쏘나타는 15인치 휠이 대부분이었지만, 현행 YF쏘나타 구입고객은 60% 이상이 17인치 휠 이상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입 고급 세단에는 19~20인치 초대형 휠을 장착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차량을 구입한 이후 차에 달려나온 휠보다 더 큰 구경의 휠로 바꿔 다는 경우도 많다.

폴크스바겐 골프를 대상으로 타이어 안쪽의 휠 크기를 바꿔 시험해봤더니, 휠 크기가 커질수록 연비·가속력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 같은 인치업은 장·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따라서 비싼 돈을 주고 무조건 큰 휠을 장착하는 것보다는 본인의 운전 성향 등에 맞춰 적정한 크기의 휠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형 휠, 외관 당당해 보이고 코너링 일부 향상… 연비·가속력·승차감 나빠져

대형 휠 장착의 장점은 차량 외관이 당당해 보인다는 것. 국내 완성차업계의 한 디자이너는 "휠 사이즈를 키우면 다른 디자인 요소 없이도 차가 당당하고 근사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 외의 장점은 고성능 차로 갈수록 코너링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고, 마른 노면에서 접지력이 높아진다.

그러나 일반 차량에서는 단점이 장점보다 많은 편이다. 우선 연비와 가속력이 떨어진다. 인치업을 하면 타이어·휠의 전체 무게가 늘어난다. 타이어의 내부 직경이 커짐에 따라 더 큰 금속 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승차감도 나빠진다. 타이어의 사이드월(wall), 즉 옆에서 봤을 때 금속휠과 지면 사이 타이어 옆면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에 노면의 충격을 타이어가 흡수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든다.

미국 자동차 전문지 '카 앤 드라이버'가 최근 시험한 결과를 보면 인치업과 연비·가속력의 상관관계가 드러난다. 이 잡지는 미국 시판 중인 폴크스바겐 골프 2.5L 휘발유 모델에 15인치 순정 철제휠부터 16~19인치 알로이휠(알루미늄합금)을 바꿔 달아가면서 연비·가속력·코너링 등을 시험했다.

이 결과 15인치 철제휠 모델은 측정연비가 L(리터)당 9.9km였고, 19인치 알로이휠 모델은 L당 9㎞였다. 15인치 쪽의 연비가 10%나 좋았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96㎞(60마일)까지의 가속 시간도 15인치가 7.6초, 19인치가 7.9초로 15인치 쪽이 더 좋았다. 반면 코너링시 차량 안정성이나 노면 장악력은 15인치보다 19인치 쪽이 약간 좋게 나왔다.

따라서 신형 아반떼를 예로 들면, 공인 연비는 15인치 철제휠을 단 모델이나 17인치 알로이휠을 단 모델이나 전부 L당 16.5km로 같다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17인치 알로이휠 모델의 연비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국내 공인 연비 측정은 기본형을 기준으로 한다. 신형 아반떼의 경우, 15인치 기본형으로 연비를 측정해 공인 연비를 발표한다.

한국타이어 이진영 상품팀장은 "1.6L급 소형·준중형차는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인치업을 할 경우 연비·가속력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토크(엔진이 순간적으로 차축을 비틀어 낼 수 있는 최대 힘)가 높은 디젤차나 배기량이 큰 휘발유차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지나친 타이어·휠 크기 확대, 돈 낭비될 수도

인치업을 했을 때 가장 큰 낭비요인은 가격이다. '카 앤 드라이버' 비교자료를 보면 15인치 기본 장착 철제휠을 떼어내고 19인치 타이어와 그에 맞는 알로이휠로 바퀴 4개를 모두 교환하면 미국 기준으로 약 160만원이 든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YF쏘나타의 신차 장착용 기본 타이어를 16인치에서 18인치로 바꾸면 납품단가만 30% 이상 올라간다. 타이어 가격은 신차 가격에 포함돼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쉽게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타이어는 주행거리 4만km마다 새로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교환시 가격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 몫으로 돌아오게 된다. 국산 16인치 일반타이어는 10만원 내외면 살 수 있지만, 18인치 고성능 타이어는 20만원 이상 한다. IBK투자증권 고태봉 연구위원은 "내수 차량의 타이어 인치업 경향은 국내 타이어업체의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