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 업적의 공통분모는 탄소였다. 물리학상을 수상한 안드레 가임 교수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의 수상업적은 탄소 원자 한층으로 이뤄진 2차원 나노구조물인 '그래핀'의 발견이었다. 미국일본의 노학자 3명이 공동수상한 화학상의 수상업적은 천연 탄소화합물의 합성을 쉽게 하는 금속 촉매연구였다.

특히 그래핀의 발견은 노벨상 역사상 가장 간단한 실험으로 기록됐다. 가임과 노보셀로프가 그래핀을 발견한 방법은 흑연 덩어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가 떼는 것이 전부였다. 실험이라고 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간단한 방법이지만, 그래핀이라는 물질이 그만큼 활용가치가 기대되는 물질이어서 상을 준 것이라고 학계는 풀이하고 있다.

1996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해럴드 크로토 교수가 풀러린 모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실 탄소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물질에 존재한다. 탄소는 다른 물질과 거의 반응을 하지 않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어, 탄소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연구는 물리와 화학의 오랜 테마였다.

탄소는 특히 미래 산업혁명을 일으킬 나노산업의 핵심물질로 기대를 모은다. 탄소만으로 구성된 독특한 나노 구조물들이 무궁무진한 산업적 가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노벨상 수상 계기가 된 그래핀 외에도 풀러린과 탄소나노튜브가 대표적인 나노신물질이다.

◆1985년 발견된 풀러린 탄소나노물질의 원조

탄소나노구조물 중 원조에 해당하는 것이 원자 60개가 서로 연결돼 공 모양을 이룬 풀러린이다. 풀러린은 미국의 화학자인 로버트 컬과 리처드 스몰리, 영국의 해럴드 크로토가 1985년에 처음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세 사람은 이 공로로 1996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세 사람은 미국 건축가 벅민스터 풀러가 설계한 커다란 돔 모양과 풀러린이 닮았다는 점에 착안, 풀러의 이름을 따서 '벅민스터풀러린' 또는 '버키볼'이라고 불렀다. 그러던 것이 탄소이중결합 구조를 의미하는 접미사 '-ene'이 붙으면서 풀러린으로 통용되고 있다.

풀러린은 다이아몬드보다 경도가 높은 데다 고온·고압에도 잘 견뎌 윤활제와 공업용 촉매로 활용이 기대된다.

풀러린이 발견된 지 6년 만인 1991년 일본전기회사(NEC) 부설 연구소의 이지마 박사가 탄소나노튜브를 발견했다. 탄소 6개로 육각형 모양이 서로 연결된 관 모양의 탄소나노튜브는 관 하나의 지름이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머리카락 10만분의 1 굵기) 수준이어서 나노튜브라는 이름이 붙었다.

◆탄소나노튜브는 우주엘리베이터 실현할 소재로 기대

탄소나노튜브는 전기를 흘리면 LED(발광다이오드)보다 효율이 100배 이상 높은 빛을 낸다. 열전도율은 자연계 최고인 다이아몬드와 같고 인장력은 다이아몬드를 능가한다. 전기가 흐르는 정도는 구리와 같다. 탄소나노튜브는 형체가 15% 변형돼도 끄떡없다. 지름이 나노미터 수준이지만 다발로 묶으면 인장력이 강철의 100배나 돼, 우주엘리베이터를 실현시킬 소재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주엘리베이터란 지상 수만㎞ 상공에 떠있는 우주정거장과 지상을 연결하는 거대한 구조물로, 이를 실현시킬 소재로 탄소나노튜브가 꼽힌다.

탄소나노물질 중 가장 활용이 기대되는 것은 탄소나노물질 3형제 중 막내인 그래핀이다. 탄소 원자 한 층으로 이뤄진 그래핀은 두께가 0.35나노미터에 불과하지만 그 강도가 강철의 200배, 다이아몬드의 2배 이상이다. 또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휘거나 비틀어도 부서지지 않는다. 그래핀을 이용하면 종이처럼 얇은 모니터, 손목에 차는 휴대전화, 지갑에 넣을 수 있는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그래핀은 특히 한국 연구진에 의해 대량합성의 길도 열린 상태다. 기존에는 흑연에서 스카치테이프로 떼어내는 방식을 이용해 소량밖에 얻지 못했다. 그러나 성균관대 성균나노과학기술원 홍병희 교수와 삼성전자종합기술원 최재영 박사팀은 니켈판에 탄소막을 형성시키는 방법으로 그래핀을 대량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