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27일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사업 강화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하겠다"며 채권단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이에 맞서 현대그룹도 다음 달 1일 인수의향서를 낼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M&A(인수·합병)시장의 최대 매물인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현대차그룹 대(對) 현대그룹' 간 사활을 건 쟁탈전이 불붙고 있다.

채권단은 다음 달 1일 인수의향서 접수 마감 후 11월 12일 본입찰을 실시하고 연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 "글로벌 건설사로 키우겠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명분'과 '실리·경제성' 모두 우위에 있다고 자신한다. 고위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세운 '현대'의 정통성을 잇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장자인 정 회장이 인수하는 게 맞다는 공감대가 현대가(家) 전반에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자동차·철강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건설로 확대·재편하고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를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큰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그룹의 건설 계열사인 현대엠코는 시공 중심인 반면 현대건설은 종합엔지니어링이 강한 건설사여서 시너지(결합)효과를 낼 것이란 계산이다.

해외 플랜트에 강한 현대건설이 들어온다면 자동차·철강과의 연계가 가능해 글로벌 건설사 도약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 고위 임원은 "현대건설 인수시 원전 등 친환경 발전사업부터 주택용 충전 시스템과 연계된 친환경 주택, 하이브리드(HEV)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에 이르는 친환경 관련 사업의 밸류 체인(가치 사슬)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그룹 내 보유자금이 4조원에 달해 인수자금도 충분해 단독 인수에 나설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자금으로 3조~4조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7월부터 현대건설 인수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김용환 부회장을 중심으로 재무·법무·홍보 등 분야별로 인수방법과 인수시 시너지, 인수 후의 전략, 자금 등에 대해 다각적인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 "잃었던 기업 되찾는 것"

현대그룹측은 현대차의 인수전 참여 선언에 대해 "현대건설이 어려웠을 때 외면하다가 이제 와서 인수하겠다는 것은 유감"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4년 전부터 준비해 왔기 때문에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인수전을 직접 챙기는 가운데 하종선 전략기획본부장(사장)을 중심으로 한 전략기획본부가 주축이 돼 현대차와의 일전을 대비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무엇보다 인수 명분이 앞선다고 강조한다. 그룹 관계자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현 회장의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줬다"며 "현대건설 인수는 잃었던 기업을 되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그룹이 이달 21일부터 TV 광고를 통해 정주영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 부자의 흑백사진을 잇달아 보여주며 현대건설에 대한 연고권이 현대그룹측에 있음을 강조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현대차에 비해 약세라고 지적받는 자금력과 관련, 한 고위 관계자는 "1조5000억원 정도의 내부 자금을 확보했고 전략적·재무적 투자자 유치를 통해 인수자금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최근 채권단과의 재무구조 개선 약정 관련 소송에서 이겨 인수전 참여의 걸림돌을 없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