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에르메스, 버버리, LVMH(루이비통)의 주가가 자국의 주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신고가를 경신하며 선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내수가 중장기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이들 기업들의 주가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아시아의 구매력' 때문이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일 "샤넬, 프라다, 아르마니, 페라가모 등 대부분의 럭셔리 기업들은 비상장이 원칙"이라며"가족 경영의 역사도 역사지만 덩치 키우기식 대량 생산을 배제하고 장인(匠人)을 통한 소량 생산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탈리아 명품 그룹인 프라다의 상장 이야기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며 "프라다는 1990년대 후반 질샌더, 헬무트랑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재무구조가 크게 악화됐고 2008년에는 금융위기를 미처 예측하지 못하고 신규 매장 런칭과 인프라 구축 등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다가 설상가상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 이같은 재무상태에도 불구하고 언론 등에서 평가하는 프라다의 기업가치가 상당히 높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프라다는 지난 6월 반기 기준 세전이익(EBITA)이 2억2500만 유로, 순이익이 1억 유로였는데 언론에서는 예상 시총을 40~50억 유로로 평가하고 있다. 주가이익비율(PER)을 20배 이상 받고 시작하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이 버버리, 에르메스, LVMH(루이비통) 등 럭셔리 회사들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럭셔리 기업의 매출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의 원칙을 고수하던 명품업체들은 아시아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 나아가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확보를 필요로 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과 유럽의 내수가 중장기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실시되면서 아시아에 의존하는 경향은 더욱 강해지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에르메스, 버버리, LVMH(루이비통)의 주가가 자국 주식시장 침체에도 불구하고 신고가를 경신하며 선전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게 박 연구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에르메스의 지역별 매출 현황을 살펴 보면 아시아 지역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2005년만 해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지역의 매출 비중은 17.2%에 불과했으나 2009년 22.1%까지 상승했다.
매출 증가율도 경이적인 수준이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지역 매출 증가율은 2008년과 2009년 각각 13.7%, 31.9%에 달했다. 유럽 지역의 증가율이 제로 수준으로 정체돼 있었던 것에 비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이는 다른 럭셔리 그룹도 마찬가지다. 구찌를 소유한 럭셔리 그룹 PPR의 경우 2005년 아시아 지역 매출 비중이 6%였으나 2009년 12.1%까지 올라갔고 버버리는 2004년 24.1%에서 2009년 26.2%으로 올라갔다.
박 연구원은 "사실 명품은 일반 내구소비재가 아니라 사치재이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아시아 내수 성장'이라는 테마를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로 이해하고 있으며 잠재 구매력의 수준 역시 매우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시그널"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