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정부의 2차 저(低)출산 대책 방안이 발표되었다. 그런데 현재의 저출산 상황을 북한 핵(核)보다 더 심각한 국가 위기로 인식한다는 정부의 대책이 이미 실패로 끝난 듯한 1차 대책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1차 대책은 5년 전에 저출산·고령사회 대처 계획에 따라 만들어졌다. 지난 5년간 42조20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그런데도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1.15명으로 세계 최저치이다. 정부가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실효성이 의심되는 대책을 그대로 들고 나온 것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정부의 2차 저출산 대책은 무엇보다 '일과 가정의 양립(兩立)'이라는 많이 들어본 프레임 속에서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너무나 단순한 믿음으로 짜여 있다. '돈이 없어', '살기 힘들어' 출산을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이 과연 사실일까? 대한민국의 수천년 역사에서 가장 잘산다는 이 시점에서 출산이나 양육(養育)과 관련해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깊이 생각해 본다면 문제의 성격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다.

2차 저출산 대책에서 나온 '보육료 지원'이나 '고등학교 학비 감면', '육아휴직 급여제' 등의 방안은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정답을 찾고 막연히 이상적인 틀에 꿰맞춘 대책일 뿐이다. 국민이 자녀 양육에 대해 진짜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돈이 없어 출산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진실이 아니라고 본다. 정말 돈이 문제였다면 과거 살기 힘들 때의 출산율은 매우 낮게 나왔을 것이고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들보다 아이 낳기를 꺼렸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와 정반대다.

아이를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든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정작 돈이 많이 들고 힘든 것은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 자체이다. 자신의 삶에 대해 불안해하기 때문에 자기 자식의 삶도 힘들고 어려울 것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이런 심리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아니라 자식을 위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나올 아이들이 나를 더 잘 살게 하고 자신의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출산의 두려움은 사라지게 된다.

현재의 저출산 상황은 대한민국 사람들이 언제부터인가 미신(迷信)처럼 가지게 된 출산과 양육에 대한 두려움에 따른 것이다. 그런 두려움을 가진 사람들에게 나라를 위해 자식을 낳으라고 한다는 것은 '남을 위해 당신을 희생하라'는 것과 같다. 자식이라고 특별히 다른 문제가 아니다. 태어나지 않은 자식이라면 더 부담도 없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자신의 삶이 더 나빠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고 각자 열심히 마련하는 미래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준비 때문이다. 또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가야 한다고 믿게 만든 우리 교육의 결과이다.

부모들은 자식을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더 큰 두려움은 자기 자신의 미래에 대한 것이고 자식들이 살 사회에 대한 불안이다. 그 두려움을 해소해주지 않은 채 보육비 얼마를 지원한다고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국민의 진짜 심리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