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를 맞아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다. 객지에서 향수에 젖어 사는 시골 출신들에게 추석만큼 의미 있게 고향을 찾아 나설 기회도 흔치 않을 것이다. 향수, 곧 노스탤지어(nostalgia)는 그리스어로 '돌아감'과 '아픔'을 뜻하는 단어가 합성된 것으로, 특정 장소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욕망으로부터 비롯되는 고통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17세기에 스위스 의사가 만들었다. 유럽 여러 나라에서 용병으로 근무하던 스위스 청년들은 고향이 그리워 소리 내어 울거나 불면증, 불안감, 식욕감퇴 따위의 증상을 호소했다. 스위스 용병이 고향과 가족을 떠올리며 고통받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노스탤지어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이를테면 향수는 처음부터 일종의 정신 질환으로 간주된 셈이다. 19세기에는 정신분석학에서 우울증의 병적인 형태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20세기 중반까지도 과거를 감상적으로 동경하는 노스탤지어는 부정적 감정으로 여겨졌다.
학자들 사이에서 노스탤지어를 긍정적 감정으로 이해하기 시작한 시기는 1979년이다. 미국 사회학자가 사람들이 노스탤지어를 '좋았던 시절'이나 '따뜻한 고향' 같은 긍정적 단어와 연결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노스탤지어 감정의 연구에 착수한 것은 얼마 전의 일이다.
2006년 영국, 네덜란드, 미국의 사회심리학자로 구성된 연구진은 노스탤지어 기억을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네덜란드의 팀 빌드슈트가 주도한 이 실험에는 노스탤지어 연구의 중심인 영국 사우샘프턴대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실험 결과 노스탤지어 기억은 대부분 즐거운 내용으로 회상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6년 '인성과 사회심리학 저널(JPSP)' 11월호에 발표된 논문에서 노스탤지어는 근본적으로 긍정적 감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06년 사우샘프턴대 사회심리학자들은 노스탤지어가 사회적 소속감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능력, 자신의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는 개방성, 친구를 정서적으로 지원하는 태도 등을 평가한 결과 노스탤지어 감정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이러한 사회적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탤지어가 사회적 접착제 기능을 가진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이러한 기능이 서구 문화뿐만 아니라 동양 사회에서도 보편적 현상인지 확인하기 위해 중국 심리학자들과 합동 연구를 했다. 실험 결과 중국에서도 노스탤지어가 사회적 결속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심리과학(PsychologicalScience)' 10월호에 발표된 논문에서 과거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문화적 배경에 관계없이 사회적 소속감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격월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마인드' 7·8월호에 따르면 사우샘프턴대의 연구 결과 영국 대학생의 79%가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노스탤지어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마다 그런 순간을 겪는다는 대학생도 16%나 됐다.
옛날을 회고하거나 고향을 그리워하는 일이 부질없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개인의 심리적 건강 상태에 도움이 되고 사회생활에 보탬이 된다는 연구결과는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고향을 꿈꾸는 자에게 행운이 늘 함께 할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