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가능한 위험 요소들을 되도록 멀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전문 용어로는 ‘위험 회피(risk aversion)’이라고 합니다. 그 중 ‘불확실성’도 이 위험 회피의 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불확실성’에 대한 연구결과로 ‘엘스버그의 역설(Ellsberg Paradox)’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엘스버그의 역설을 통해 투자자들의 투자 성향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군사정보 학자인 대니얼 엘스버그는 ‘사람들이 항상 옳은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믿었습니다.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서 실험심리학자로 재직하던 시절 이 ‘엘스버그의 역설’을 발견했습니다.

이 엘스버그의 역설에 대한 개념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먼저 당신 앞에 2개의 단지가 놓여 있다고 상상합니다. 단지는 위가 열려 있어 손을 집어넣을 수는 있지만 안은 볼 수 없습니다. 첫 번째 A단지에는 정확하게 붉은 공 50개와 검은 공 50개, 총 100개의 공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옆의 B단지에도 100개의 공이 들어 있습니다. B의 경우 공의 일부는 붉거나 검지만 각각 붉은 공과 검은 공의 개수는 알 수 없습니다. 당신은 양쪽 단지에서 붉은 공을 꺼낼 경우 100달러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때 당신은 질문을 받습니다. “당신은 어느 단지에서 공을 꺼내겠습니까?”

엘스버그의 실험 결과, 대다수의 사람은 A단지를 선택했습니다.

그러면 이제 규칙을 조금 바꿔봅니다. 이제 당신은 양쪽 단지에서 검은 공을 꺼낼 경우 100달러를 딸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 다시 선택권이 있습니다. “당신은 아까 A와 B단지 중 어떤 단지에서 공을 꺼내겠습니까?”

대다수의 사람은 여전히 A단지를 선택합니다. 이것이 바로 ‘엘스버그의 역설’입니다.

당신이 처음 실험에서 A단지를 선택하기로 한 것은 붉은 공이 B단지보다 A단지에 더 많은 것이라고 가정하고 행동한 것입니다. 당신은 단지 A에 붉은 공이 50개라는 점을 알고 있었으므로 B단지에는 붉은 공이 50개 미만일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두 번째 실험에서 B단지를 선택해야 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맞습니다. 첫 번째 실험을 통해 당신은 B단지 안에 검은 공이 50개 이상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엘스버그는 이 실험결과를 바로 ‘모호성’이라는 말로 설명했습니다. 사람들은 B단지에 붉은 공과 검은 공이 모두 담겨 있는 것은 확신할 수 있지만, 각각 공이 몇 개인지는 모르기 때문에 ‘모호성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입니다.

엘스버그에 의하면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고 난 뒤에도 A단지를 고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엘스버그는 이 실험을 당대의 지도적인 경제학자들과 이론가들에게도 시행했지만, 결과는 보통 사람들과 동일하게 나왔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잡지 ‘머니(Money)’의 선임 필자이자 타임지와 CNN 닷컴의 객원 칼럼니스트인 ‘제이슨 츠바이크’는 이런 엘스버그의 역설이 국내 증시에도 종종 나타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기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클수록 투자자들의 성공에 대한 확신도 작아지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제이슨은 이 엘스버그 역설이 개인 투자자들이 가치 주식이나 소형 주식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다수의 투자자는 일단 거래량이 많고 보다 많은 전문가가 분석 자료를 제시하며 실적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 견해 차이가 적은 기업일수록 해당 회사를 믿고 투자에 나서곤 합니다.

제이슨은 이런 투자자들의 행동을 “단지 A에서 ‘예측 가능한 성장 주식(붉은 공)’을 고르고 단지 B에서 ‘불확실성이 큰 가치주와 소형주식(검은 공)’을 고르는 것을 꺼리는 행동”에 비유했습니다. 제이슨은 이런 역설이 가치 기업과 소형 주식을 기피하게 만들고 그 회사의 주가를 떨어뜨리게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대형주들에 줄을 섬으로써 대형주들의 주가를 단기적으로 급등하게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제이슨은 장기적으로 볼 때는 결코 대형주들이 소형주나 가치주보다 수익률이 높지는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울러 그는 일반 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이 큰 주식을 기피함으로써 단기적으로 해당 회사의 주식 실적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높은 실적을 거두게 되는 싸고 좋은 주식인 ‘특매주’를 만들어 낸다고 평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