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지식인 사회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시끄럽다. 8월 10일 보스턴의 한 신문이 하버드대 심리학과 마크 하우저(51) 교수가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하우저는 영장류의 행동과 동물의 인지 능력을 연구하는 진화생물학자이다. 2006년 8월 펴낸 '도덕적 마음(Moral Minds)'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이 책에서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선과 악을 판별하는 도덕 관념을 갖고 있다고 주장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8월 20일 하버드대는 언론 보도가 사실임을 확인했다. 3년간의 내부 조사 끝에 하우저의 논문 8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 중에는 2002년 '인지(Cognition)' 11월호와 2007년 '사이언스' 9월 7일자에 게재된 논문도 들어 있다. 원숭이가 사람에 가까운 인지 능력을 갖고 있다는 실험 결과를 제시한 논문들이다. 그를 세계적 동물행동학자의 반열에 끌어올린 논문들이 모조리 엉터리 자료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명문 대학의 스타 교수가 속임수를 썼기 때문에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조짐이다.

과학자의 연구결과는 동료 과학자들에 의해 엄격히 검증됨에도 불구하고 부정행위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과학자들도 서슴없이 실험 자료를 날조하고 기만을 일삼았다. 프톨레마이오스, 아이작 뉴턴, 그레고어 멘델의 실험 자료는 미심쩍은 부분이 없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2세기에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활약한 프톨레마이오스는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천문학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가 주장한 천동설은 1500년 동안이나 서구사회를 지배했다. 그러나 19세기에 그의 천문 관측 자료가 이집트 해안에서 밤중에 얻어낸 것이 아니라 대낮에 도서관에 앉아 그리스 학자들의 연구를 표절해 꾸며낸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 과학의 창시자인 뉴턴은 중력의 법칙을 수식으로 표현한 천재이지만 그의 이론을 보다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해 실험 자료를 손질했다. 뉴턴 같은 천재가 자료를 날조한 것도 놀랄 만한 일이지만 같은 시대의 어느 누구도 그런 기만행위를 눈치 채지 못했다는 사실 또한 놀라울 따름이다.

유전학의 아버지로 여겨지는 멘델이 발표한 완두콩 연구 논문은 실험 자료가 사실이라고 믿기에는 너무나 정확했다. 유전학자들은 실험 자료가 대부분 멘델이 기대한 결과에 대단히 잘 일치되게끔 왜곡되어 있다고 확신한다.

이러한 기만행위는 21세기 들어서도 빈발하고 있다. 미국의 얀 헨드리크 쇤 박사와 한국의 황우석 교수의 논문 조작사건이 가장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2년 9월 첨단기술의 요람인 미국 벨연구소는 소속 연구원인 32세의 쇤 박사가 '사이언스'와 '네이처'에 발표한 10여 편의 논문이 실험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2005년 5월 '사이언스'표지를 장식한 황우석 교수의 논문은 날조된 사실이 들통났다. '과학계의 성수대교 붕괴사건'에 비유될 만큼 한국사회를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다.

연구실을 지키지 않고 세속적 명성에 집착하는 정치 지향적 과학자들이 행세하는 사회에서는 언제든지 제2의 마크 하우저가 나타나지 말란 법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