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27일까지 코스닥 상장사 중 대표이사 변경 공시를 낸 곳이 301곳에 이른다. 전체 상장사가 989개(외국계와 기업인수목적회사, 주식예탁증권 제외)라는 것을 감안하면 전체의 약 3분의 1 정도가 대표이사를 바꿨다는 것이다.

한데 코스닥에 상장돼 있는 기업들의 대표이사 변경 내용을 살펴보면 특이한 부분이 있다. 바로 '각자 대표'를 선임했다는 내용이다.

한 명의 대표이사가 한 회사를 경영하는 일반적인 단독대표와는 달리 각자 대표는 2인 이상의 대표이사가 회사를 경영하며 각 대표이사마다의 의사결정권한을 가진 경영체제를 의미한다. 반대로 공동대표는 2인이상의 대표이사가 합의를 통해 경영전반에 관한 의사결정을 도출한다.

대표이사가 변경된 코스닥 기업 중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한 기업이 전체 301곳 중 28.9%에 달하는 87곳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각자 대표의 부작용이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부문별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본연의 취지와는 다르게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각자 대표들에 의해 회사가 내분을 겪는 등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각자 대표

반도체 칩 개발업체인 쎄라텍은 얼마 전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회계법인의 외부감사 결과 자금조달에 따른 이자비용 과다 지출과 더불어 특수관계인 채무에 대한 지급보증, 대표이사의 횡령·배임 혐의가 불거지며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진 것. 쎄라텍은 올해 3월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었다.

교육 관련 업체였던 이루넷의 사정도 비슷하다. 회계감사 결과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한정 의견을 받으며 상장폐지가 확정된 이루넷은 전 대표이사인 K씨의 횡령(544억원 규모) 사건이 터지면서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다. K씨는 이루넷의 각자 대표이사로 있던 시기부터 회사의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상업용 냉장고 관련 업체였던 유티엑스는 분식회계 혐의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최후의 몸부림으로 법원에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서를 접수했으나 상장폐지를 피할 수 없었다. 유티엑스는 올 1월까지 각자 대표 체제를 유지하다 상장폐지 결정이 내려지기 직전 단독대표 체제로 전환하기도 했다.

바이오 관련 사업을 영위하던 바이나믹쓰리디월드, 유통업체 에스피코프, 크롬 가공업체 쏠라엔텍, LED 관련 업체 유퍼트,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체인 에이스일렉 등도 각자 대표 체제를 경험하고 나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분쟁 가능성 커… 효율적 의사결정은 장점

오경택 동양종합금융증권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각자 대표 체제는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각자 대표가 100%의 권한과 의무를 갖고 행사하기 때문에 대표이사끼리 관계가 나빠졌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과거 횡령과 회사 매각 등 회사에 현저히 문제가 있는 경우 각자 대표체제를 구축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기업 인수합병에 휩쓸리거나 대주주가 뚜렷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 여러 개 기업이 합쳐진 기업, 사채를 끌어다 사용한 기업 등 소위 문제가 있는 기업의 경우 각자 대표체제를 택한 기업이 많다"고 말했다.

물론 각자 대표가 공동대표에 비해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한 만큼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효율적인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황세환 하나대투증권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각자 대표, 공동 대표, 단독 대표처럼 대표의 형태가 중요하기보다는 그 대표 체제가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대표 선임 사유가 합당한지를 따져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