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이 '엔고(高)'에 울고, '엔고'에 웃고 있다.

올 들어 일본 증시는 15% 가까이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15개월 만에 9000선이 무너졌다. 그 바람에 일본펀드 수익률도 지지부진하다. 하지만 일본펀드의 경우, '환헤지형'이냐 '환노출형'이냐에 따라 3년 수익률이 최대 30~50%포인트나 차이 난다. 환율 움직임에 따라 환차익이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는 '환노출형' 일본펀드는 엔화 강세 덕에 증시 하락으로 인한 손실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29일 금융정보 전문회사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일본에 투자하는 해외펀드 수익률은 평균 마이너스 10.65%로 집계됐다. 중국 대륙에 투자하는 해외펀드(-11.54%)를 제외하면 지역별 해외펀드 중에 가장 저조하다.

일본 증시가 유독 부진한 것은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최근의 엔화 강세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보통 경기가 침체되면 통화는 약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엔화는 일본 경기와 상관없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세계 경기 회복이 둔화되는 가운데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로 글로벌 자금이 몰렸기 때문이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최근 달러당 84엔까지 하락하며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엔화 강세)했다. 엔화 강세는 일본 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켰고, 이것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펀드의 수익률은 환헤지 여부에 따라 명암이 엇갈린다.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헤지형 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평균 마이너스 11.34%에 달했다.

반면 환율 변동의 영향을 그대로 받는 '환노출형 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은 마이너스 1.99%를 기록했다.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작년 말 100엔당 1262원에서 지난 27일 1415원까지 12% 넘게 오른 덕에, 환차익이 펀드 수익률에 반영된 것이다.

투자 기간이 길수록 펀드 수익률 격차는 더 벌어진다. 환헤지형 일본펀드의 최근 2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 42.17%와 마이너스 56.57%로, 원금이 반 토막 난 수준이다. 그에 비하면 환노출형 일본펀드의 최근 2년과 3년 수익률은 각각 마이너스 15.22%와 마이너스 26.55% 수준이다.

환노출형인 IBK자산운용의 'IBK그랑프리셀렉트펀드'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0.3%로, 일본펀드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ETF(상장지수펀드)인 삼성운용의 '삼성코덱스재팬'의 올해 수익률도 마이너스 0.68%로, 비교적 선방했다. 반면 일부 환헤지형 펀드는 올 들어서만 20% 가까이 원금을 까먹었다. 일본펀드 중에 가장 많은 자금이 몰린 '프랭클린템플턴재팬' 펀드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12% 수준이다.

☞환헤지형·환노출형 해외펀드

'환헤지형'은 환매 시점에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손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환율을 투자 시점의 환율로 고정하는 상품이고, '환노출형'은 환율 흐름에 따라 환차익이나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