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주는 왜 맛이 없지?"
해외에서 맥주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으레 한 번씩 드는 의문이다. 외국인 중에는 "한국에는 맥주가 한 종류밖에 없느냐"는 말을 하는 이도 있다. 한국에도 오비와 하이트에서 나오는 맥주 브랜드가 여럿이지만, 똑같이 맛이 없다는 뜻이다. 월간조선 9월호가 이런 국내 맥주 제조의 실태를 점검했다.
세계 맥주전문점 와바(WABAR)의 이효복 대표는 "국산 맥주는 모두 미국 스타일의 '라거(Lager)' 타입이라 외국인들이 그렇게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라거 맥주는 드라이한 맛이 기본으로 탄산이 적당히 들어가 목으로 넘길 때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 유럽 맥주는 이와 달리 쌉싸래하면서 묵직하고 향이 풍부하다. 하지만 단순히 '라거'맥주만 만드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국내 맥주 관련 전문가들은 "국산맥주의 맛이 밍밍하고 향이 없는 것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주 원료인 맥아(麥芽·엿기름)대신 옥수수, 쌀 등 부재료를 많이 쓰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맥아는 대부분 수입산이라 부재료보다 4~5배 비싸다는 것.
김태용 농촌진흥청 발효이용과 과장은 "맥주는 발효주이기 때문에 당화제인 맥아를 충분히 써야 한다"며 "맥아를 조금만 써서 발효가 잘 안 될 경우 효소제를 넣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맥주 특유의 풍미가 없어지고 깊은맛도 사라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맥주업체 퇴직자 몇 명과 월간조선이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이들은 모두 '증언'을 거절했다. 맥주 원료나 제조 공정은 기업 비밀이라는 이유에서다. 인터뷰 요청은 거절했지만, 이들은 "국산 맥주가 맛이 없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맥주 강국들은 맥아의 함량을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맥주 역사가 500년이 넘은 독일은 16세기에 정한 맥주 순수령(純粹令)에 따라 맥아를 100% 사용하도록 의무로 정했다. 일본은 맥아 함량이 66.7% 이하일 경우 맥주로 분류하지 않는다. 반면 한국은 주세법상 맥아 함량이 10%만 넘으면 맥주로 분류된다.
제품별 맥아 비율에 대해 오비와 하이트 측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오비 측은 "제품의 특성과 종류에 따라 맥아 비율은 70~90% 이상 사용하고 있다"고 뭉뚱그렸다. 하이트 측은 "맥아 함량은 제조 레시피이므로 공개할 수는 없으나 맥아 함량이 100%인 맥스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국내 하우스 맥주 제조업체에 종사하는 브루마스터(Brew Master·맥주의 제조 공정 전체를 관리하는 사람)들은 국내 맥주 제조업체들이 연구개발보다 광고와 마케팅에 치중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데이비스 대 양조자 과정을 마친 브루마스터 윤정훈씨는 "국내업체는 경쟁 없는 시장에서 너무 오래 안주해온 탓인지 도전정신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3조5000억원대에 이르는 국내맥주 시장은 오비와 하이트가 양분하고 있다. 수입 맥주와 하우스 맥주는 그 비중이 3%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렇게 시장을 과점하는 상황에서 두 기업은 혁신과 개발을 할만한 유인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브루마스터 윤정훈씨가 미국에서 양조자 과정을 밟을 때 아사히, 칭다오, 타이거 등 아시아의 유명 맥주회사 직원들을 여럿 만났지만, 정작 한국 맥주회사 직원을 만난 적은 없었다. 그는 "한국 맥주회사 직원들은 직원 재교육에 투자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 측은 연구 인력은 20명이며 연간 투자금액은 21억8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재교육을 위해 전문 양조 교육기관에 직원을 정기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오비 역시 미국과 유럽의 전문 맥주 교육기관에 많은 인력을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자세한 기사 전문은 월간조선 9월호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