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1인 1건 판매를 기필코 달성하고, 전사적 판촉활동에 적극 동참한다."
직원 두 명이 비장한 목소리로 선창하자, 어깨띠를 매고 좌석에 앉아 있던 직원 1000여명이 벌떡 일어나 구호를 외쳤다. "적극 동참한다~. 동참한다."
보험 영업소의 아침 조례 구호처럼 들리지만 이 구호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기업에서 터져 나온 구호다. 총부채 118조원, 하루 이자만 100억원에 달하는 거대 부채 공기업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16일 오전 11시 경기도 분당에 있는 본사 대강당에서 '위기상황 극복을 위한 노사공동결의문 선언식'을 개최했다. 도저히 해답이 안 보이는 부채문제 해결을 위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며 노사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거대 부채 짊어진 LH, 비상경영체제 돌입
LH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면서 미매각 자산(토지와 주택) 판매에 총력을 기울이고, 합리적인 사업 조정, 철저한 유동성 리스크 관리 등을 목표로 정했다. 또 고통 분담을 위한 노사 공동 결의문을 채택해 1인 1주택·토지 판매운동, 각종 경비와 원가 각 10% 절감, 휴가 반납과 휴일 비상근무 운영 등에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비상경영 대책위원회를 가동하고, 교육 파견자를 조기에 복귀시켜 본사 인력과 함께 토지와 주택 판매·보상인력으로 내보내기로 했다.
LH는 9월쯤 전국에 벌여놓은 각종 택지·신도시 개발사업, 구도심 개발사업 등 414개 사업에 대한 전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다. 사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하면 구조조정 대상 사업지에선 토지보상이 무기한 연기되거나 중단돼 전국 각지에서 주민들의 엄청난 반발이 예상된다. LH 관계자는 "휴가·휴일 반납 같은 일이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LH가 고통을 분담한다는 것을 알리지 않으면 민원인들과 만나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 적자사업 떠맡다 부채 늘어
문제는 LH의 부채가 불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109조원가량 되던 부채는 불과 6개월 사이에 118조원으로 늘었다. 하루 100억원의 이자를 제외하고도 매일 55억원씩 부채가 새롭게 늘어난 셈이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부채 규모가 2012년 171조3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LH가 정부의 대규모 개발사업과 선심성 정책을 도맡아 하는 바람에 부채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커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LH로 통합하기 이전인 2003년 말,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의 부채는 11조원 안팎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4년부터 '국민임대주택건설 100만호 건설사업', 세종시·혁신도시 개발사업, 수도권 각 지역에서 진행된 신도시개발 사업 등이 시작되면서 이 사업을 맡은 LH의 부채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토지 보상비 등 원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하거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매입한 토지를 건설사에 되팔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 들어와서는 보금자리주택건설 사업이 추가됐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 소장은 "게다가 지난 정부 시절 두 기관의 통합 이야기가 나오자 두 기관이 경쟁적으로 적자 사업을 수주하며 덩치 키우기 경쟁을 벌였다"고 꼬집었다.
LH가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고 해서 곧바로 돈이 들어오거나 빚이 탕감되는 것이 아니다. 영업·판매직 사업을 보강했다고 해서 지금 같은 부동산 침체기에 땅을 잘 팔기도 어렵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은 "LH의 부채 문제 해결은 사업구조조정을 얼마나 과감하게 효과적으로 진행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 부분에 확실히 힘을 실어 줘야 부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