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장 등 전통 장을 생산하는 H사. 맛을 높이고 미생물 번식을 억제하기 위해 알코올 성분을 넣은 신제품을 개발했다. 상품 출시를 위해 식약청에 등록을 신청했지만, '이건 양념장이 아니라 술'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이유는 알코올이 1% 이상 함유된 식품은 모두 주류로 분류해야 한다하는 주세법 규정 때문. 전혀 마실 수 없는 양념장이 알코올 성분이 소량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술이 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2일 이처럼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불합리한 규제 사례를 담은 '2010년 기업활동관련 저해 규제 개혁과제'를 발표했다. 전경련이 지난 2월 전경련 회원사 355개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규제사례 300여건 중 업계 회의를 통해 선정한 토지·건설·공정거래 등 총 9개 분야 182개 규제개혁과제를 정리한 것이다.

건설업체의 경우, 벌점을 적게 받은 기업보다 벌점을 많이 받더라도 여러 기관에서 받으면 오히려 불이익이 줄어드는 모순도 있었다. 건설관리법에 따르면, 부실공사를 한 건설업체는 부실벌점을 부과하고 입찰 때 불이익을 받는다. 그런데 벌점은 총점이 아니라 평균으로 산출된다. 예컨대, A업체는 10개 공사 중 1개 현장에서 부실벌점 3점을 부과받았고, B업체는 10개 중 2개 현장에서 부실벌점을 각각 3점, 1점을 부과받았다고 하자. 총 부실벌점은 B업체가 많지만 평균부실벌점은 A업체 3점, B업체 2점으로 오히려 A업체가 높아 경쟁상황에서는 A업체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블루투스 통신이 지원되는 혈당계의 경우 식약청과 방송통신위원회 허가를 동시에 받아야 하는 등 중복 인허가도 많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각종 불합리한 규제들이 개선된다면, 기업의 경영여건이 향상돼 우리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궤도에 오르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달 중 국무총리실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